(연합뉴스)케이블 평일 밤 11시 시청률 갱신

뜨거운 인기 속 최고 7.2% 기록

남자주인공 비중 축소 파동

주인공들 감정 라인 못 살려

몸살 앓으며 용두사미로 끝나

“이게 다 뭔 일이에요?”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 마지막회에서 백인호(서강준 분)가 경찰서로 끌려간 쌍둥이 누나 백인하(이성경)를 두고 한 말은 꼭 시청자가 드라마에 묻는 말처럼 들린다.

1일 밤 종영한 ‘치즈인더트랩’은 빛과 그림자를 짙게 남겼다.

‘치즈인더트랩’은 완벽한 모습 뒤에 또 다른 모습을 숨긴 선배 유정(박해진)과 예민한 촉수를 가진 후배 홍설(김고은)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 스릴러로 지난 1월 4일 출발했다.

드라마는 tvN 월화극을 넘어 케이블 프로그램의 평일 밤 11시 시청률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남자주인공 비중 축소 파동 등을 겪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 열린 결말…유정 근황 등장 안 해 불만도

1일 방영된 16회에서는 인하가 일으킨 홍설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각자 길을 걷게 된 넷의 모습이 그려졌다.

유정은 아들 여자친구인 홍설의 사고에 계산적으로 대응하는 아버지에게서 ‘상대의 마음과 감정을 짓밟으면서도 얼마나 아픔을 주는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봤다.

유정은 사고가 나기 전으로 돌아가자는 홍설에게 “너 혼자 힘들고 지치고 상처받는 동안 문제는 내게 있었음에도 나는 너를 이해하지 못했다. 네게 잘해줄 수 있을 때 만나고 싶다”면서 이별을 선언, 유학을 떠났다.

홍설에게 대신 용서를 구한 백인호는 음대에 입학했고, 유정 집안과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백인하는 “네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니다. 나는 누나가 필요하다”는 동생의 이야기에 마음을 돌렸다.

드라마는 유정과 홍설이 3년 뒤 재회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열린 결말로 퇴장했다.

홍설이 직장인으로 바쁘게 사는 가운데, 3년간 감감무소식이던 유정이 홍설의 이메일을 처음으로 확인했음을 알려주는 장면과 함께 ‘설아’라고 말하는 유정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백인하·인호 남매 근황이 자세히 소개된 것과 달리, 홍설과 헤어지고서 외국으로 떠난 유정의 일상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데 대해 볼멘소리를 뱉어냈다.

● 케이블 역사 새로 쓴 ‘치즈인더트랩’

‘치즈인더트랩’은 지난달 1일 방송된 9회에서 자체 최고 기록 시청률인 7.2%를 기록하며 평일 밤 11시 케이블 프로그램 역사를 새롭게 썼다.

지금껏 케이블 밤 11시대 시청률 최고 성적은 JTBC ‘비정상회담‘이 지난해 10월 27일 기록한 6.6%였다. 주말대보다 케이블 시청률 환경이 좋지 않은 평일 밤에 이러한 성적을 낸 것은 같은 방송사의 ‘응답하라’ 시리즈 못지않은 성과였다.

‘치즈인더트랩’이 초반부에 이렇게 열렬히 호응받은 것은 여느 ‘캔디렐라’(캔디+신데렐라) 드라마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틀에 박히지 않은 원작의 유정과 홍설 캐릭터는 드라마에서도 섬세하게 잘 살아났다.

박해진이 원작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과 깔끔한 연기로 원작팬을 비롯한 대다수 시청자 호응을 얻은 점도 드라마가 안착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싱크로율 논란에 휘말렸던 김고은도 예민한 여대생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무난히 소화, ‘치어머니’(원작의 극성맞은 팬)들의 불만을 상당 부분 잠재웠다.

‘치즈인더트랩’은 마냥 낭만적일 수 없는 대학 생활의 고단한 일상과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조명한 점도 호평받았다.

● 남자주인공 뿐 아니라 재미도 실종

반(半)사전제작된 드라마는 중반부터 주인공들의 감정 라인이 흔들리면서 ‘치어머니’들을 비롯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원작의 유정-홍설 에피소드가 백인호-홍설 에피소드로 바뀌는 등 유정 분량이 급감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출자인 이윤정 PD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가운데 온갖 루머까지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가 진부하고 긴장감 없는 삼각관계로 바뀌면서 유정 분량만이 아니라 재미도 실종됐다는 것이다.

급기야 원작자인 작가 순끼가 종영 2회를 앞둔 지난달 2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드라마 제작 과정에 대한 불만을 직접 표명했다.

원작자는 원작과 전혀 다른 느낌의 드라마 제작을 희망했으나,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언론 보도만 접했을 뿐 제작진과 어떤 내용도 공유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박해진 측도 비슷한 시기 소속사 인스타그램 글과 배우 인터뷰를 통해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치즈인더트랩’ 제작진이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작자를 더 배려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이윤정 PD가 순끼 작가에게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애청자 불만은 종영 다음 날까지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케이블 역사를 새로 쓴 ‘치즈인더트랩’은 아쉽게도 용두사미 드라마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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