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 편집국 부장(천안지역담당)

천안이 게리맨더링 논란으로 시끄럽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천안지역의 선거구 경계조정을 시민사회단체의 협의안을 무시하고 익명의 외부안으로 선거구를 획정했다.

지난 19대에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또 다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쪼개는 게리맨더링이 자행됐다. 익명의 외부안은 더민주당 현역국회의원들이 제시한 조정안이다.

새누리당 천안지역 예비후보들은 “천안시장(더민주)이 같은 당의 의원들이 제시한 선거구안을 마치 ‘정치권 의견 조정안’처럼 바꿔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비난했다. 천안시주민자치협의회도 2일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구태를 반복한 졸속 선거구 획정”이라고 규탄했다.

선거구획정 기준에 따르면 2개의 선거구에서 갑·을·병 3개의 선거구로 늘어난 가운데 을구인 성정1·2동을 갑구로 보내고, 갑구인 청룡동과 광덕·풍세면을 신설구인 병구로 포함시켰다. 특히, 을구에 포함된 불당동은 천안시의 인구증가를 주도하는 지역으로, 연말과 내년 초 1만5000여세대가 새로 입주할 예정이다. 을구의 유권자수가 획정기준일(2015년 10월31일)로 21만7742명인 점을 감안하면 선거구 인구상한선인 28만명을 넘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때문에 불당동은 다음 21대 총선에서 다시 선거구를 조정해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인구 증가율이 둔화된 갑구(20만2659명)와 병구(18만3201명)는 상한선이 걸리지 않는다.

이번 게리맨더링으로 현역의원들은 야권 성향인 강한 신도시지역을 절반가량 씩 나눠가지게 됐다. 현역의원들의 재선가능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을구인 쌍용2동(서북구)을 갑구(동남구)로 퍼 넘기는 게리맨더링이 자행됐다. 법정선거구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에 이어 선거구의 게리맨더링은 정치신인은 물론 새누리당 후보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걸린 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획정위원회를 제3의 기구로 둬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적인 게리맨더링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구가 획정된 만큼 이제는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당 공천과 관계없이 지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유능하고 참신한 후보를 골라야 하는 책임이 유권자에게 부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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