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면접심사서 '이한구 공천전략' 반박…당원명부 논란도 충돌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신청 후보자와 공천면접심사관으로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 앉은 6일 새누리당의 공천 면접 심사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여당 대표가 다른 공천신청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천관리위원들 앞에 나와 직접 면접심사를 받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 들어설 때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다른 대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면접심사에선 이 위원장과 한 때 날선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으며 대립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구변경지역 1일차 공천신청자 면접에 부산 중구영도구 예비후보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공관위가 경북 구미을의 김태환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단수 추천지로 선정한 데 대한 공관위원의 질문이 나오자 김 대표는 즉각 이런 결정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공관위원이 "1차 공천 발표가 상향식 공천 정신에 훼손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김 대표는 기다렸다는듯이 작심발언으로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먼저 "선거에 이기는 전략으로서 보수·우파 세력이 분열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그게 국민공천제이고, 상향식 공천은 민주주의의 완성으로 밀고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면서 단수추천 지역에 대해 김 대표는 "그 결정은 그들이 다 이긴다고 본 것일 텐데 그렇다면 빨리 여론조사 경선을 붙여서 공천을 주면 되지 왜 단수추천으로 하려고 하느냐"면서 "그러면 2, 3등 하는 후보들이 지지율은 낮겠지만 불복하고 탈당해서 출마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선 지역을 줄이고 대신 우선추천지역을 광역시·도별로 폭넓게 선정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구상을 더는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관위의 결정에 강력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또 "수도권은 단 몇 퍼센트의 득표가 아쉬운데 그 사람들(탈락한 후보)이 아무리 약해도 4∼5%는 가져가기 때문에 단수추천 전략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유령 당원명부'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위원장이 "당원명부가 40%나 틀린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면서 상향식 공천의 한계를 지적하자, 김 대표는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일부 틀린 데도 있겠지만 그렇게 많이 틀리지 않았다"면서 "그리고 특히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책임당원 명부인데 이는 조사를 해보니 다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인식에 차이가 있다"고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에서 김 대표는 경선 방식과 관련, "다른 후보가 원한다면 내 지역에서는 100% 국민경선으로 해도 된다"며 상향식 공천 정신을 주도적으로 역설하기도 했다.

또 김 대표는 경쟁 후보들이 비례대표로 출마해 전국 유세를 하는 게 총선 전략상 유리하다고 제안하자 "이번 출마가 정치인생의 마지막"이라면서 "다음에는 후배들한테 민주적인 방법으로 자리를 주겠다"며 거부했다.

면접은 20여분만에 끝났으며, 김 대표를 상대로 '살생부' 파동에 대한 질문이 예상됐으나 관련 질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대표는 면접장에 들어서면서 다른 후보들에게 "인사하자. 차렷, 경례"라고 공관위원들에게 인사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들어서자 일어서서 허리를 숙여 예의를 표시했지만, 이 위원장은 자리에 앉은 채 "어서오십시오"라고 짤막한 인사만 건넸다.

김 대표는 면접을 마친 후 면접을 기다리던 친박 핵심 유기준 의원과 우연히 만났다. 유 의원은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했고, 김 대표는 "넥타이가 비뚤어졌다"며 직접 바로 잡아줬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는 한솥밥을 먹었으나 이후 정치적 분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한 게 사실이다.

한편, 여의도 당사 주변에는 지난 4일 1차 공천 심사 결과 탈락한 후보들 측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자 경찰 경비가 강화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또 김 대표의 지지세력으로 보이는 일부 당원들은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을 찬성하며 김 대표를 응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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