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무서운 상황 위기감 부족"…안 "개헌저지선 안 무너져"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공개석상에서 '야권통합 불가론'을 반박하며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정면 충돌했다.

안 대표가 유례없이 강경한 태도로 통합론 진화에 나섰지만 김 위원장이 논란을 재점화하면서 지도부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또한 천정배 공동대표까지 김 위원장에 가세하는 등 지도부가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당이 하루종일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야권 통합 불가론을 "우리 당만 생각하는 정치"로 규정하고 "나라와 국민과 역사를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된다"며 안 대표를 정조준했다.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에 안철수 대표의 야권통합 반대 입장 발언을 듣고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야권통합과 관련한 의견차이로 이날 회의에서 정면충돌했다.

또한 "집권세력의 개헌선 확보를 막기 위해서라면 광야에서 모두가 죽어도 좋다"며 독자노선을 강조한 안 대표의 발언을 거꾸로 인용했다.

평소 미소 띤 얼굴과 달리 담담한 표정으로 이를 듣던 안 대표는 자신의 발언 순서에서 통합론을 "익숙한 실패의 길"이라고 규정하고 "퇴행적 새누리당에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국민이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발언 직후 회의장을 나선 안 대표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다산콜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결론 난 사안이다. 한분의 말씀으로 바뀔 수는 없다"고 거듭 못을 박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 맞닥뜨릴 정말 무서운 상황에 대한 위기감이 너무 부족하다"고 안 대표의 인식을 거듭 비판했다.

천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개헌 저지선을 내주면 우리 당이 설령 80~90석을 가져도 나라의 재앙"이라며 김 위원장에 동조했다.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의 신경전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선대본부장단 회의차 먼저 당사에 왔고, 이후 안 대표가 당사를 방문하면서 두 사람이 당 대표실에서 4분여 동안 만났다.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이 당사에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예정에 없이 당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또다시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두 사람은 통합·연대 대신 일상적 당무만 간단히 언급하는 등 분위기는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남의 배경에 대해 "당에 이런저런 일이 많지 않나"라고 했고, 결과에 대해서는 "논의가 잘 안 된 건 없다. 조정할 건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재차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고, 추후 논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기득권 양당 구조를 깨겠다고 이 당이 만들어졌다. 이견이 있으면 굉장히 곤란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격앙된 반응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해당행위를 했다. 윤리위에 제소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가 정면 충돌하면서 당의 혼란상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당장 이번 논란의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이 거취에 대한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재탈당설, 총선 불출마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선대위 회의에서도 박주선 최고위원이 야권 통합론을 두고 "야당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치졸한 새누리당 2중대 전략"이라고 비난한 반면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더민주를 떨어뜨리는 공천을 해선 안된다"고 말하는 등 의견차가 여과없이 노출됐다.

선대위 비공개 회의 때는 전정희 의원의 입당 발표를 두고 천 대표와 김영환 위원장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 위원장은 이날 전 의원의 입당을 발표하자고 했으나 천 대표는 송호창 의원의 입당 결정을 기다려 함께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이 과정에서 김영환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는가하면 천 대표가 책상을 내리치며 고성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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