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백화점-입점업체 계약서상 불공정약관 시정

(세종=동양일보 임규모 기자) 백화점이 입점업체와 협의 없이 매장 위치를 옮기거나 종업원 교체를 요구하는 등의 '갑질'을 못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 13개 백화점업체와 입점업체 사이 계약서를 심사해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도록 조치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가 찾은 불공정 약관은 그 유형만 35개나 됐다.

그만큼 계약서가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백화점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었다는 뜻이다.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으로 백화점들은 입점업체의 매장 위치를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 없게 됐다.

계절에 따라 상품을 재구성해야 한다거나 입점업체의 요청 등 구체적 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매장 위치를 바꿀 수 있다.

단순히 고객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상품을 받지 않거나 입점업체가 파견한 종업원 교체를 요구할 수도 없게 됐다.

정당한 사유에 따른 불만이 3차례 이상 접수됐고, 시정할 기회를 줬는데도 개선되지 않았을 때만 백화점은 종업원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백화점은 또 입점업체에 부당하게 판매촉진비를 전가하거나 판촉 행사에 입점업체 종업원 파견을 강요할 수 없다.

입점업체와 백화점이 판촉비를 분담할 수 있지만, 입점업체가 내는 판촉비는 50%를 넘어서면 안 된다.

그동안 입점업체는 경영난 등으로 임대료를 밀리면 연 24%의 지연이자를 물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연이자가 공정위 고시이율인 연 15.5%를 넘으면 안 된다.

백화점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불공정 약관 조항도 다수 고쳐졌다.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과 입점업체의 계약서에는 천재지변이나 도난, 화재로 입점업체가 피해를 봐도 백화점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백화점은 중대 과실에 따른 화재, 도난 때만 피해보상 등 책임을 졌다.

이 조항은 백화점 측의 경미한 과실이나 백화점 건물의 자체 하자로 인한 사고 때도 백화점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입점업체가 매장 환경을 더 좋게 만들려고 비용을 들였어도 백화점에 비용 상환이나 시설물 매수를 청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돈을 들여 매장 환경을 개선할 때 백화점과 사전에 협의해 비용을 분담할 수 있게 됐다.

백화점업체 13곳은 공정위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불공정 약관으로 지적받은 조항을 모두 자진 시정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유통분야 약관을 계속해서 점검해 불공정 약관을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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