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워킹맘으로서의 삶’에는 두 번의 고비가 있다. 아이를 출산했을 때와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다.

최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의무화되면서 그 어려움이 다소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 직장의 눈치를 보게 된다. 제도가 실제로 활용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다. 30대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원인으로 ‘출산과 육아’를 꼽는 이유다.

어찌어찌 첫 번째 고비를 넘기고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여성들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올수록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당장 하교 후 남아돌 아이의 시간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문제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는 낮 12시에서 오후 1시면 하교한다. 오후 6시에 칼퇴근하기도 쉽지 않은 워킹맘들은 아이를 학원으로 돌리거나 돌봐줄 친인척을 수소문해야 한다. 여름과 겨울 합쳐 두 달에 달하는 방학은 또 어쩌랴. 주위의 든든한 조력자가 없이 워킹맘으로서의 삶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아예 친정 부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등·하원을 맡기거나 친정엄마가 평일 동안 집에 상주하다 주말에 퇴근(?)하는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아침 간식으로 죽이나 떡을 주기도 했는데 학교에 보내면서부터는 아침도 든든히 챙겨 먹여야 한다. 하교 후 학원을 전전하는 동안 배가 고플 아이가 걱정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를 학교나 학원에서 집으로 데려오고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간식을 먹여주며 돌봐주는 ‘라이딩 이모’도 등장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학습 습관을 잡아줘야 하고 숙제를 봐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이 시기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워킹맘들이 늘고 있다. 2014년 육아휴직이 가능한 자녀의 나이가 만 8세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한화케미칼 등은 자녀입학 돌봄 휴직제를 시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육아휴직을 내거나 심지어 경력 단절을 각오하고 직장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봄교실, 방과후교실, 아이돌봄서비스 등이 이들의 대안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꼼꼼히 따져볼 때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