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되살아나며 친박-비박 전면전 조짐

 홍문표 "더 작은 막말도 심사…정계 은퇴해야"

김무성, 윤상현 사과 면담 요청 거부

윤 "대표께 진심으로 사과…사적 대화 녹음은 의도적 음모"

 

 새누리당이 4.13 총선 공천 갈등으로 더 깊은 수렁에 빠져 들고 있다.

이번에는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윤상현 의원의 전화 욕설 파문이 불을 지폈다. 특히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내 친박(친박근혜)계 대표적 실세로 통하는 윤 의원의 '김무성을 죽여야 한다'는 발언을 당내에서는 단순한 실수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비박 살생부'에 이어 사전 여론조사 유출 파문의 여진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 3연타로 공천을 둘러싼 충돌이 빚어지자 계파간 사활이 걸린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비박계로서는 단수·우선추천지역을 확대하고, 상향식 비례대표 선출 방침을 무위로 돌리며 거침없이 나가던 이한구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공관위) 위원장에 반격할 계기를 잡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의원이 소문으로만 떠돌던 살생부를 정권 실세가 실제로 작성한다는 '천기'를 누설했다는 시각도 있다.

당장 이명박 정부 실세로 통했던 이재오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윤 의원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공천을 통하거나, 권력을 통하거나 김 대표를 죽여버릴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 것"이라면서 "또 (윤 의원이) '다 죽여'라고 하는 '다'에 언론에서는 괄호하고 비박계라고 써놓는다"고 말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윤상현 의원의 욕설 파문과 관련해 김무성 대표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 측근은 9일 "당원에 대한 막말을 두고도 탈당 조치를 취하는데 공당의 대표에게 욕설하고, 공천을 배제해야 한다는 사람이 선거에 나서면 유권자가 뭐라고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관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이보다 더 작은 막말도 심사를 하고 있다"면서 "윤 의원이 정계를 스스로 은퇴하든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의원은 "친박 내부에서 김 대표와 비박계를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음모를 꾀하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의심도 가능하다"면서 "윤 의원의 속마음이 나왔다는 점에서 취중진담 아니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친박계에서는 윤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녹취록의 공개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사태 봉합에 애를 쓰고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사자인 윤 의원이 김 대표를 직접 찾아와 사과하고, 당원들에게도 사죄해야 한다"면서 "다만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고 공개했는데 무슨 공작도 아니고, 이런 일은 앞으로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자신을 겨냥한 '욕설 막말 파문'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진 윤상현 의원의 면담을 거부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막말 파문'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국회 본관 대표최고위원실을 찾았으나 끝내 김 대표와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 (김무성)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여러분 모두에게도 사과드린다"면서 "어제 (김 대표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셨고, 진의를 말씀드리러 왔는데 대표께서 옆문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막말' 당시 정황에 대해 "살생부 때문에 너무나도 격분한 상태였고, 그런 상태에서 지역에 있는 분들과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여러 하소연을 했는데 이런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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