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 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 결과

(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손주를 돌보는 ‘할마할빠(할머니+엄마, 할아버지+아빠의 줄임말)’ 5명 중 1명은 자녀로부터 따로 양육비를 받지 않고 황혼육아를 하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양육비를 받지 않는 이유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빨리 안정되기를 원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최근 손주를 돌보고 있는 조부모 500명과 부모 500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 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손자녀 양육비를 받지 않는 경우는 22.4%이며 비정기적으로 받는 경우는 27.8%, 정기적으로 받는 경우는 49.8%였다. 이때 월 평균 양육비는 57만원으로 조사됐다.

손자녀 양육을 하고 있는 조부모의 평균 연령은 60.45세이며 현재 돌보고 있는 손자녀는 1.1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손주를 돌보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할아버지 보다는 할머니가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

손주가 어린이집과 유치원(또는 반일제 학원) 등 기관을 다니고 있는 경우는 57.0%로, 다니지 않는 경우 보다 많았다. 기관의 일일 이용시간은 평균 6.33시간으로 일반적인 영유아의 기관 이용시간(7시간 23분) 보다 짧았다. 등원은 자녀의 엄마가 가장 많이 담당하지만 하원은 조부모가 가장 많이 담당하고 있다.

대개 조부모는 손자녀와 함께 거주하지 않으면서 양육을 지원하는 형태였다. 조부모들은 자녀들의 가정에서 평균 약 18분 정도가 소요되는 멀지 않은 거리에 거주하면서 손주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와서 돌보고 있었다. 양육시간은 평균 주당 42.53시간으로 근로자의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을 초과했다.

양육활동의 힘듦 정도를 점수로 환산하면 성인(자녀) 식사준비가 2.95점으로 가장 높았고 빨래하기 2.89점, 우유·식사(손주) 제공 2.33점, 기저귀 갈기 2.08점 순으로 낮아져 조부모들이 손자녀 양육활동 보다 성인 자녀의 준비와 가사일을 더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부모들은 ‘직업생활(또는 학업)을 계속하고 싶어서’ 조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위탁하게 됐다고 응답했으며 조부모 입장에서도 ‘자녀가 마음 놓고 직장생활(또는 학업)을 하게 도와 주고 싶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손자녀 양육을 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후 7,8개월의 영아를 ‘남에게 자녀를 맡기는 것이 불안해서’ 조부모에게 위탁하게 됐고 조부모도 부탁하는 자식이 안쓰러워서 양육을 수락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는 어린 영아 자녀를 어린이집에 위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임을 반증했다.

서울시 강남구, 서울시 서초구, 광주 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조부모 대상 손자녀 양육 수당 지급에 대해서는 조부모 87.2%, 부모 82.2%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와 ‘조부모돌보미 서비스’ 중에서는 ‘조부모돌보미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60.6%로 높게 나타났다. 부모들이 비혈연 보다는 혈연인 조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맞벌이 가정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것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같은 기관보다는 손자녀 조부모의 도움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며 “맞벌이 가정의 양육 지원 정책에서 조부모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호주 정부는 부모와 조부모 모두에게 전문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육코스를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후 손자녀를 주양육자로 돌보는 경우에는 주당 최대 50시간까지 수당을 지원한다. 그리고 이들 조부모에게 어드바이저를 배치해 손자녀 양육을 지원하고 있다”며 “호주의 사례는 조부모 손자녀 양육 지원의 제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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