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맞선 IRA 옥중 조직원의 단식 투쟁 실화

(연합뉴스)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 있는 메이즈 교도소.

이곳에 수용된 IRA(영국으로부터의 완전 독립을 목표로 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 조직원들은 정치범 대우를 촉구하며 죄수복 착용과 샤워를 거부하는 투쟁을 벌인다.

IRA의 핵심 인물인 보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는 영국 공수부대의 실탄 발사에 맞섰다는 이유로 14년 형을 선고받고 메이즈 교도소에서 복역한다.

그는 대화를 거부하는 마거릿 대처 총리에 맞서 최후의 방법으로 1981년 3월 1일부터 죽음을 각오한 단식 투쟁을 선택한다.

이후 보비 샌즈는 영국과 아일랜드 독립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교도소 안에서 투쟁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신념과 저항의 아이콘이 된다.

그는 단식 투쟁 중에 영국 총선거에 출마해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은 이후 수감자들이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법을 바꿔버린다.

‘헝거’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단식투쟁을 벌이다 숨진 27세 청년 보비 샌즈와 메이즈 교도소에 갇힌 IRA 단원들이 권력에 맞서 저항하는 모습을 담아낸 실화다.

오물로 뒤덮인 감방, 수감자들을 고문하고 난 뒤 피로 물든 간수의 주먹, 수감자들이 구타와 몸수색을 당하는 장면, 전술 방패를 두드리는 소리 등이 감각적인 연출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반면, 영화는 66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던 보비 샌즈의 모습을 침착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낸다.

또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던 그의 저항과 죽음이 어리석은 짓인지, 아니면 위대한 행위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연출은 16분간의 롱테이크(1∼2분 이상 장면이 편집 없이 길게 진행되는 것)로 담아낸 보비 샌즈와 도미니크(리엄 커닝햄) 신부 간의 대담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 장면은 다소 길고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영국의 지배와 독립을 위해 맞서는 아일랜드인들의 굳은 신념이 응축된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제작된 이 영화는 8년 만에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3월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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