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주말극 ‘ 내 딸, 금사월’ 윤현민

(연합뉴스)“8개월간 동고동락한 선배들 좋은 멘토

51부작 마무리하며 더 치열하게

연기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 먹어”

“후반부 갈수록 남주 매력 사라져

연기 부족한 내 탓… 반성하게 돼

다음 작품엔 ‘쐐기타’ 보여주겠다”

“당신은 우리의 배우였는데 이제 모두의 배우가 된 것 같아요.”

지난달 28일 MBC TV 주말극 ‘내 딸, 금사월’ 종방연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켠 배우 윤현민(31)은 인터넷 팬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울컥했다.

팬의 과찬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윤현민이 남자주인공 강찬빈 역으로 출연한 ‘내 딸, 금사월’을 통해 대중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건 사실이다.

그는 ‘진정한 악역은 강찬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후반부에 급변한 캐릭터 때문에 적지않이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51부작 대장정을 마무리한 뒤 아쉬움과 뿌듯함을 함께 곱씹는 중인 윤현민을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50부작이라서 부담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번 부딪쳐 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실수도 잦았지만, 교훈도 많았던 작품이에요. 연기자로서 인간으로서 많이 배웠어요.”

강찬빈 캐릭터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강찬빈은 철없고 오만하지만 밉지 않은 부잣집 도련님에서 금사월(백진희 분)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는 멋진 남자로 변하더니, 일용직 노동자에 경찰서까지 가게 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윤현민은 “시청자가 좋아했던 강찬빈만의 매력이 조금씩 사라져서 아쉬웠다”면서 “시놉시스를 보고선 강찬빈이 자기 비서로 들어온 금사월을 괴롭히면서도 내심 애정을 품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현민을 가장 고민에 빠뜨렸던 부분은 강찬빈이 자신을 길러준 양어머니 신득예(전인화)를 외면하는 장면이었다.

“어머니에게 확 등을 돌리기보다는 좀 더 (복수극) 내막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우리 드라마가 빠르게 전개되는 작품이다 보니 그런 부분이 생략됐어요. 신득예를 향한 강찬빈의 마음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건 계속 숙제였어요.”

윤현민은 “많이 놓치고 가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한 마음에 김순옥 작가에게 연락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그런데 작가는 또 오죽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가도 노트북 켜놓고 쉬지 않고 글을 쓸 텐데 전화해서 부담을 드리는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결국 드리지 않았어요.”

윤현민은 ‘내 딸, 금사월’을 통해 자신의 연기도 많이 뒤돌아보게 됐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인 그는 20대 중반에 용감하게 길을 틀었고, 대학로를 거쳐 TV에 안착했다.

“제가 연기를 잘했으면, 강찬빈이 후반부에서도 계속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요. 51부작인데 페이스 조절을 잘 못 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돼요. 제가 후반부에도 연기로 강찬빈 캐릭터를 더 잘 살렸어야 하지 않았나 싶죠.”

드라마는 강찬빈과 금사월이 결국 연인이 아닌 남매로 지내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막판에 결말을 알았다는 윤현민은 “두 인물이 (연인으로서) 더 행복한 결말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중반부터 둘이 연애를 시작했을 때 연기하면서도 좋았고, 백진희와 함께 그런 신을 만드는 것도 즐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첫 대본 리딩 때만 해도 “내가 이 쟁쟁한 선배들 사이를 비집고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는 윤현민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가 그렇게 어려워했던 선배 연기자들은 8개월 동고동락하면서 좋은 멘토가 됐다.

“‘내 딸, 금사월’은 제가 더 치열하게 연기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계기가 됐어요. 내가 가진 것을 연기로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요. 다음번에는 확실한 ‘쐐기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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