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전현직 정계·정부 고위직 대거 참석

▲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김종필 증언록' 출판 기념회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의화·김무성·김종인·안철수 '정치후배'들에 쓴소리

"철저한 국가관 없는 사람 대통령 꿈 꿔선 안 돼" 일갈도

 

 "우리 정치가 목전에 닥친 선거 때문인지, 갖가지 산재한 국가적 어려움을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정치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행사장 맨 앞줄에 앉아있던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등 현재 국회를 이끄는 지도부는 무거운 표정으로 김 전 총리의 일갈을 받아들였다.'

김 전 총리는 회고록 출간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정치가 국민의 안녕을 생각하고 국민의 염려를 덜어줘야 한다"면서 "그러나 정치인들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보다 국민들이 정치를 더 걱정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똑바로 해라'라는 소리가 저의 귀에까지 들린다"고 지적한 뒤 "우리 정치, 조금 더 슬기롭게 본연의 기능을 찾아 밀고 끌고 왕성한 보조를 맞춰 전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정치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또 김 전 총리는 "정치인은 무엇보다 먼저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고 나라와 국민을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둬야 한다"면서 "철저한 국가관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 권력을 차지하려 한다거나 대통령 되는 꿈을 꾸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이런 조언은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무성·안철수 대표를 앞에 두고 나온 말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인생을 졸업한다'는 졸수(卒壽·나이 90세)의 김 전 총리는 이날 유독 수차례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김 전 총리는 "지금 비록 반신불수의 육신이지만 다행히 하느님께서 제 기억력을 어지간히 남겨주셔서, 길다면 긴 40여년 정치 여정의 주요 대목들을 되짚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90평생을 살아오면서 애증과 회환이 왜 없겠냐 만은 머지않아 내 육신마저 버리고 떠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지난날의 악연도 깨끗이 잊어버리고 전부 용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머리를 정갈하게 손질하고 체크무늬 정장차림을 한 채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휠체어에 앉아 이동하기는 했지만 단상 위에서는 스스로 원고를 넘기며 연설을 했고, 정치 후배들이 다가와 손을 잡으며 안부를 전할 때는 활짝 웃으며 일일이 답했다.

김 전 총리가 걸어온 정치적 행보에 존경을 표하는 후배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정의화 의장은 평소 김 전 총리가 자주 말해온 '정치는 허업이다'라는 말을 언급하며 "정치는 허업이란 뜻을 깨달은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김 전 총리가 아무쪼록 오랫동안 건강하시고, 시대를 읽는 혜안과 그 너머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저희 곁에서 후배들에게 지도 편달해주는 스승님으로 영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는 "김 총재께서 증언해준 그 행간을 읽으면 (모든 면에서 어려움에 닥친)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답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안철수 대표는 "김 전 총리가 반세기 넘는 오랜 정치생활 중 정치언어의 품격을 지켜온 게 저희 정치 후배에게 정말 큰 귀감이 된다"고 밝혔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새누리당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홍구·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수한·박관용·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 많은 정치인들과 JP 지지자 수백명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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