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시그널’ 차수현 역 김혜수

섹시미 벗고 여전사로 이미지 탈바꿈

‘미세스 캅2’ 고윤정 역 김성령

독기로 무장한 강력팀장 완벽히 소화

‘피리 부는 사나이’ 여명하 역 조윤희

액션연기 펼치며 강한 여성상 그려내

미국에는 ‘찰리의 천사들’이 있다면, 한국에는 김혜수, 김성령, 조윤희가 있다.

쉴새 없이 뛰어다니고 아무 때고 남자들과 격투를 벌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업어 치고, 메치고, 발차기한 끝에 기어이 상대의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운다.

‘언프리티 랩스타’가 기 센 언니들의 힙합 경연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린 데 이어 안방극장에 강한 여형사 바람이 휘몰아쳤다.

‘미녀 삼총사’는 아닌데 공교롭게도 3명의 미녀 여형사가 동시다발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언니들은 일단 예뻐서 시선을 끌지만, 그다음엔 남다른 싸움의 기술과 단단한 맷집, 나쁜 놈은 끝까지 쫓아가 잡겠다는 근성으로 몰입을 이끈다.

● 퇴장 앞둔 김혜수…현장서 잔뼈 굵은 베테랑

퇴장까지 2회가 남은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의 김혜수(46)는 현장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 차수현을 멋들어지게 연기하고 있다.

숏컷 헤어에 아무렇게나 걸쳐입고 나와도 특유의 섹시함은 숨길 수 없지만, 김혜수는 차수현을 만나 기존의 이미지를 한뼘 더 확장했다.

확고히 구축해놓은 ‘팜파탈’ 이미지에서 섹시함은 왕창 걷어내고 대신 강인한 여전사의 모습을 장착하는 데 성공한 것.

또 순경 출신이 강력사건을 해결하는 장기미제사건전담팀의 팀장으로 성장하고 변화하기까지의 ‘비포 앤 애프터’를 대비시키며 차수현이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범인 잡는 일과 결혼한 듯한 차수현은 십수년 전 연쇄살인마에게 납치됐던 트라우마와 첫사랑의 실종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진흙이 굳어 바위가 된 듯한 인상을 준다. 물기어린 감성이 마른자리는 냉철한 상황 판단력과 수사력으로 채워졌다.

그의 지휘 하에 개성강한 선후배 경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리더십 있는 여성상을 구현한다.

● 시즌2 이어받은 김성령…독기 무장한 강력팀장

지난 5일 시작한 SBS TV 주말극 ‘미세스캅’의 김성령(49)은 성공한 작품의 시즌2를 이어받은 부담감을 어깨에 지고 있지만 차별화로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김희애가 주연을 맡아 성공한 ‘미세스캅’은 제목 그대로 ‘엄마 경찰’의 이야기다. 뭐든 할 수 있는 아줌마의 근성과 배짱을 범인 잡는 형사의 모습에 녹인 드라마다.

전작에서 김희애가 패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보이시한 캐릭터를 선보였다면, 김성령은 일단 화려하고 세련된 패션으로 경찰서가 아닌 사치품 판매장에서나 마주칠 외양을 선보이고 코믹함을 추가했다.

그가 연기하는 서울경찰청 강력계1팀장 고윤정은 도망치던 범인 때문에 거금 70만 원을 주고 산 찻잔 세트가 망가졌다는 이유로 ‘뚜껑이 열려’서, 백화점 유리창을 총으로 쏴서 깨고 뛰어내려 관광객이 탄 봉고차를 ‘탈취’한 뒤 반대편 차선도 넘나는 곡예 운전 끝에 결국 범인의 앞을 막아세우고 그를 때려눕히는 캐릭터다.

겉모습만 봐서는 경찰서에 봄나들이 온 것처럼 허랑방탕해 보이지만, 사실은 일단 한번 문 사냥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 독기로 무장했다. 그래서 ‘미친 아줌마’라 불리는데,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다.

검사 남편이 비위를 저지르자 이혼을 선언하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연수를 다녀온 그는 지적으로도 무장해있고, 과거 검거에 실패한 범인을 다시 잡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든다.

● 말보다 주먹, 조윤희…총 내려놓고 협상 도전

지난 7일 시작한 tvN 월화극 ‘피리 부는 사나이’의 조윤희(34)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팔팔한 여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혜수와 김성령은 어쩔 수 없는 생리적 나이로 인해 액션을 해도 그 강도와 느낌이 세지 않는 반편, 조윤희는 빈틈없이 상대의 동작을 받아치고 제압하는 서울경찰청 경위 여명하를 그려낸다.

무술이 체화된 여명하는 일단 상대의 팔과 손부터 꺾은 뒤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로, 말보다 액션에 강한 행동파다.

드라마는 그런 그가 ‘살생’이 싫다는 이유로 총을 내려놓고 경찰 위기협상팀 소속 협상관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린다.

총도 잘 쏘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과 특유의 직감을 발휘해 이제는 주먹 대신 말로 사건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데뷔 이래 여성적인 이미지만 강조하다가, 지난해 KBS 2TV ‘왕의 얼굴’에서 날렵한 궁술을 선보이며 액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조윤희는 여세를 몰아 ‘피리 부는 사나이’ 1~2회에서 ‘무조건 반사’로 액션을 펼치는 여명하를 통해 반가운 변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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