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KAIST 교수 "인공지능에 무릎꿇는 분야 늘 것“

'알파고'(AlphaGo)가 직관이 없을 거란 생각은 오해입니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교수는 11일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두 차례 연거푸 무릎 꿇린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프로 기사들이 '인간에게는 직관이 있는데 이는 알파고가 학습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 오해라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사람의 머릿속 정보 중에는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처럼 언어나 기호, 숫자로 표현되는 지식 말고도 팔을 들어 올리는 법, 문을 여는 법,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하는 법 같은 비기호적 정보도 있다.

그런데 인류는 역사적으로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정형화된 정보만을 지식이라고 여겨왔다. 디자이너의 색감이나 바둑의 복잡하고 창의적인 수(手)처럼 언어로 설명하기 힘든 정보는 '직관'이라고 불러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정보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정보이다 보니 역사적으로 직관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 알파고에게는 이것도 정보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이는 알파고가 과거의 바둑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기호적 인공지능'이라고 해서 세상의 사건을 언어를 통해 기계에 설명해줬고 바둑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라'는 식으로 알려줘야 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런 기호를 넘어 비정량적 정보까지 배울 수 있는 기계학습(머신 러닝)을 통해 '기보'를 갖고 바둑을 공부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번 대국 결과를 보면서 알파고의 성장 속도에 놀랐다고 말했다.

5개월 전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와의 대결 때만 해도 '그렇게 잘 두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실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세돌도 대국을 앞두고 자신감이 있었다. 알파고의 개발자들도 승률이 50 대 50일 것 같다고 했다. 주변 전문가뿐 아니라 알파고를 만든 사람조차 '반반'으로 본 것이다. 결국, 알파고를 만든 사람의 생각보다도 더 빨리 진화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이 어디까지 갈지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인간처럼) 학습할 줄 아는 기계가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에서 앞으로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 언젠가 이들의 목표는 월스트리트 최고 투자자의 뇌를 이런 식으로 매핑해 투자를 더 잘하는 사람을 만들겠다는 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은 유희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지만 결국은 돈이 되는 분야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넓혀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앞으로 인간의 고유 영토로 여겨진 많은 지적 영역에서 지금의 이세돌처럼 인간이 인공지능에 무릎을 꿇는 일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0년 전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인간이 육체노동은 기계한테 넘기고 지적 노동을 해왔는데 이제 기계가 그 영역도 자동화하기 시작했고, 일단 자동화의 방법만 기계가 터득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몇 시간씩 걸려 쓸 칼럼이나 기사도 순식간에 1천개씩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 지적 노동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집중하는 순간, 지적 노동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인간은 사실상 경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 미래가 10년 후가 될지, 30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게 그게 100년 후의 미래는 아니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모두 경험할 머지않은 미래에 각자의 영역에서, 오늘 이세돌이 그랬듯 (인공지능에) 놀라고 패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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