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살풀이춤은 소위원회서 우선 검토

▲ 이현자(태평무 전수조교) 씨가 10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 인정 예고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3년째 공석인 중요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 인정이 무용계 내분으로 인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는 1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었으나 양성옥(62) 씨의 태평무 보유자 인정과 관련된 안건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의 제기자 중 한 명이 일부 문화재위원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다"면서 "기피 신청의 적격성 여부에 대한 문화재청의 검토를 거쳐 안건을 재상정하도록 하자는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또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11∼12월 태평무와 함께 인정조사를 한 승무(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와 살풀이춤(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에 대해서는 소위원회에서 우선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강선영류(流)의 이현자(80) 씨, 이명자(74) 씨, 양씨와 한영숙류의 박재희(66) 씨를 대상으로 태평무 보유자 인정조사를 시행해 2월 1일 양씨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하지만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물론 무용계 인사 30여명으로 구성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문화재청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양씨가 이현자 씨, 이명자 씨보다 한참 후배인 데다 신무용을 하는 김백봉 선생의 직계 제자라는 점을 들어 보유자 인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이현자 씨는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앞둔 10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인정 예고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다.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가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태평무, 살풀이춤, 승무 보유자 인정은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재위원회 내 무형문화재분과를 해산하고,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무형문화재위원회를 새롭게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위원회에 이어 이들 안건을 심의·검토하게 되지만,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무용계의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용계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처음으로 계량화된 평가 기준을 만들어 개방형 심사를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 같다"면서 "태평무보다 많은 사람이 조사에 응했던 살풀이춤과 승무는 더 큰 분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는 국보나 보물과 달리 사람이어서 항상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전승이 잘되는 종목은 굳이 보유자를 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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