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계파갈등…후보등록 D-9일 대진표 미확정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오는 4월 13일 치러지는 20대 총선이 ‘역대 최악의 선거’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15일 현재 후보등록일(24~25일)을 채 1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모두 내부 패권다툼에 정신이 팔려 공천이 늦어지는 등 아직 대진표가 짜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모두 ‘무원칙’, ‘무개념’, ‘무개혁’ 공천과 컷오프에 따른 후유증으로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정책’과 ‘비전’은 뒷전으로 밀리는 등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다.

새누리당은 집권당으로서의 국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채 계파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공천 싸움에 열을 올리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야권 연대·통합을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며 수권정당의 면모를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이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여·야 갈등으로 선거구획정이 4개월 이상 늦어져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데다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 참신성은 물론 여·야의 정책과 차별성 등을 구별하기 힘든 ‘깜깜이’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이대로 가다가는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보다 더 최악인 20대 국회가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충청지역 정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양당 지도부가 총선 공천에서 대부분 살아남은 반면 경쟁력 있는 예비후보들은 경선조차 배제돼 기득권 공천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공천을 앞두고 경선의 문턱도 넘지 못한 권태호(청주 청원) 변호사는 즉각 반발, 재심을 청구하면서 특정 후보의 공천 배제를 요구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같은 당 청주 흥덕에서 컷오프된 김준환 변호사도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책임당원 700~800명이 함께 탈당계를 제출하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컷오프’를 통과해 경선을 치르는 예비후보들도 당내 공천을 앞두고 탈법 공방과 흑색선전 논란이 제기되는 등 정책공약 대결은 찾아볼 수 없고 이전투구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제천·단양 선거구에서 예선을 통과한 엄태영 전 제천시장과 권석창 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은 선거법 위반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엄 전 시장은 “권 예비후보는 무책임한 회피로 수사기관과 유권자를 우롱하지 말고 떳떳하게 조사를 받고 사실 관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전 청장은 “최근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상대후보를 고발하고 마치 유죄인 것처럼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여론조사 조작설을 제기하는 등 분위기가 혼탁해지고 있다”며 “불법 허위사실 공표는 선거 이후라도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역공을 폈다.

충남 서산·태안에서도 서산장학재단을 놓고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과 성일종 예비후보간 법정싸움이 비화되는 등 공천 전 네거티브가 한창이다.

이처럼 가뜩이나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공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 중앙당과 예비후보 가릴 것 없이 각종 공약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만 치중하고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어 총선의 의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청주지역 선거구 한 유권자는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을 대변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불과 1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당의 승패계산에 따른 전략싸움으로 인해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크게 훼손되고 깜깜이 선거가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자는 “권력구조와 정당정치의 비대칭성, 공천 과정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현실 등이 문제”라며 “잘못된 구조와 제도개선을 위해 룰과 시스템을 확고하게 정립하는 작업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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