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백혈병·악성빈혈 치료제 개발 가능성 열려"

국내 연구진이 적혈구, 백혈구 등 다양한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상인 '혈액-줄기세포'의 분화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줄기세포 중에서도 젊고 분화능력이 뛰어난 혈액-줄기세포를 골라 줄기세포 상태로 유지하다가 필요할 때 줄기세포를 깨워 다른 혈액세포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는 20일 김효수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백성희 생명과학부 교수팀과 함께 가장 젊고 분화능력이 뛰어난 최상위 혈액-줄기세포를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골수에 존재하는 혈액-줄기세포 중에서 가장 젊고 분화재생 능력이 뛰어난 혈액-줄기세포에는 특이한 분자인 '카이-원(KAI1·CD82)'이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또 젊은 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하지 않고 줄기세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카이-원 분자가 면역세포인 '대식세포'(macrophage)의 다크 단백질(DARC·CD234)과 결합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다크 단백질이 젊은 줄기세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하지 않은 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붙들어 놓는 '열쇠'인 셈이다.

만일 젊은 혈액-줄기세포의 수를 늘리고 싶다면 다크 단백질이 있는 대식세포나 다크 단백질만 넣어주면 줄기세포가 젊음과 기능과 유지한 채로 증폭하고, 계속 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상용화되면 줄기세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신속하게 줄기세포를 공급할 길이 열리게 된다. 또 면역세포와 인공혈액의 제작에도 적용할 수 있다.

김효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백혈병, 악성빈혈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골수이식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며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성과에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미래부 역시 앞으로 줄기세포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초원천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 줄기세포 선도연구팀 육성사업, 리더연구자 지원사업과 복지부의 선도형 세포치료 연구사업단 및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줄기세포 전문학술지인 '셀 스템 셀'(Cell Stem Cell)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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