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권 넘겼으면 따라야" vs 중앙위 "당헌당규 위배"

김 "정상적으로 선거 치를수 없다"…상위순번에 전문직 배정

청년·농어민, 안정권 배정 요구…일부 "들러리 세웠다" 반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둘러싼 갈등은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되는 상위 순번에 누구를 배정하느냐의 문제로 요약된다. 비례대표 상위 순번은 당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에 근거해서다.

김종인 대표는 자신에게 전권을 넘긴만큼 비대위의 선택을 믿어달라는 입장이지만 청년, 농어민 등 당의 주요 구성원들은 각자 자기 그룹을 대변하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야 당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란은 애초 비대위가 각 그룹에 일정 몫을 배분한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공천안에 기초한 비례대표 시행세칙을 개정, 비대위에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했을 때부터 예견됐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비대위가 후보들을 A그룹(비례대표 1~10번), B그룹(11~20번), C그룹(21~43번) 등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의 그룹 내에서만 중앙위원들이 순위를 투표하도록 한 것이 반발을 샀다.

당 혁신위원이었던 박우섭 인천남구청장은 전날 중앙위에서 "'당선안정권의 100분의 20이내에서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후보자를 선정하고 그 외는 중앙위원회 순위투표로 확정한다'는 당헌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더불어민주당 한 노인 당원이 21일 오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셀프 전략공천'에 반발하며 국회 당 대표 회의실 진입을 시도하다 경위들에게 끌려 나오고 있다.

또 비례대표 명단에는 교수 등 전문직이 A그룹에 대거 포함된 반면, 당헌당규상 당선 안정권 순번에 각 10%씩 배정하기로 한 청년·노동·열세지역(대구·울산·강원·강북)·당직자 등 4개 선출분야의 후보들이 후순위로 밀렸다.

경선 과정에서 불공정성 논란을 빚은 청년 비례대표는 정은혜 부대변인만 B그룹에 들어갔다. 이에 청년 비례대표인 김광진 의원은 "청년 비례문제는 청년 몫을 해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헌에 명시된 것"이라고 비판했고, 일부 청년 비례대표 후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한 재심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열세지역은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이 B그룹에 포함되면서 강원도만 배려한 모양새가 됐고 노동계 몫으로는 이용득 전 최고위원만 A그룹에 배정됐다.

당 을지로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 선정이 '민생복지전문가 등을 당선안정권의 100분의 30 이상 선정하되 비정규직 부문의 후보자와 영세 자영업 부문의 후보자를 상위 순번에 배정해야 한다'는 당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을지로위원회는 4명의 후보를 추천했지만 제윤경 문재인대통령후보공동선대위원장과 조순옥 거여초등학교특수교육실무사 2명만 C그룹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혁신위원이었던 우원식 을지로위원장은 "이게 당의 정체성인 민생정당을 지향하는건지 납득이 안된다"고 밝혔다.

당 전국농어민위원회도 전날 성명에서 "사회적 약자와 민생 전문가들을 C그룹에 들러리 세웠다"고 비판했다. 농어민위원회가 선출한 김현권 전 의성군한우협회장은 C그룹에 배정됐다.

김현권 후보의 아내인 임미애 전 혁신위원은 페이스북에 "너무 서럽다. 농민은 이 땅 그 어디에도 설 곳이 없구나"라고 말했다.

장애인 후보가 2번이었던 19대 총선과 달리 B그룹으로 밀려난 장애인 당원들도 성명을 내고 "1번과 2번에 장애인 후보를 배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종인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들이 당을 수권정당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전문성 등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며 당내 구성원들의 반대는 당의 정체성 변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혁신안의 권한이 당헌이 박혀있으니 그대로 해야 한다고 중앙위가 생각한다면 정상적으로 선거를 치를 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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