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 논설위원·영동대 교수

리질리언스(resilience) 라는 말이 있다. 탄성체가 에너지를 받아 변형되고, 급속히 회복할 때에 에너지를 방출하는 성질이라는 말이다. 생태학적인 측면에서의 교란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변화에 대해 수용력을 의미하는 회복력을 가르킨다. 자연에는 홍수, 쓰나미, 질병 등 여러 가지 교란이 있는데, 이 교란을 흡수해서 전과 다름없이 기능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리질리언스라고 한다.

리질리언스 사고, 전환의 키워드 회복력 등 관련 서적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최근 기후나 사회변화에 의한 불확실성 속에서 재난과 충격의 유형은 다양해지고 영향의 크기가 증폭되면서 도시와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 리질리언스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리질리언스의 접근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 도시 체계의 복잡성과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다루는 논의로서 도시 리질리언스가 주목되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도시방재분야에 리질리언스 개념이 적극 도입되고 있으며, 다양한 도시 리질리언스 강화정책이 수행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는 지자체 및 민간단체 위주의 리질리언스 강화정책과 더불어 범부처 차원의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리질리언스 강화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그간 도시계획 분야에서 미래 패러다임으로 제시되어 온 지속가능 도시개념은 주로 평형성에 기반한 도시 형태에 관심을 두고 있어, 복잡 다양하고 변화예측이 어려운 도시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나 질병확산, 기후변화 등의 위협요인들이 도시에서 다양한 공간적, 시간적 스케일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는 쉽게 예측되거나 이해될 수 없는데다 어떤 특정한 도시형태적 대안만으로는 결코 대응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래서 복잡다양한 충격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회복할 수 있는 리질리언스적 사고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재난으로부터 도시 리질리언스를 강화하기 위한 기능적 목표로 내구성, 대체성, 신속성, 자원동원력이 강조된다. 도시안전계획에 있어 리질리언스를 고려한 공간계획이 제기되는데, 지역안전도 진단 및 재해저감계획 기준을 토대로 토지이용의 내구성, 대체성, 지역경쟁력 등을 진단할 수 있도록 작성된 리질리언스 체크리스트를 적용하여 리질리언스 강화를 위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리질리언스 구현 전략의 하나는 도시생태 네트워크와 연결성의 강화이다. 이는 도시에서 교통과 에너지 보급, 의사소통을 위한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으나, 생태적 시스템의 연결성은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도시의 생태적 연결성 강화를 위해 최근 도시녹도 확보를 통한 생물다양성 증진과 도시내 하천 수문의 완충작용 및 안정화, 보행로 개선, 선형의 레크레이션 공간, 문화자원의 연결성 등을 증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설의 다원적 기능 증진 또한 리질리언스를 구현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토지이용이 특정 이용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 또는 계절에 따라 야생동물의 보존, 문화활동, 레크레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공유하며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포틀랜드시에서 계획한 도로디자인에서는 이러한 다원적 기능 증진을 위해 도시의 도로가 자동차 이동이라는 고유의 기능 뿐만 아니라 우수유출 저감, 자전거 및 보행로 확보, 야생동물 서식처,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다양한 기능을 수용하도록 계획했다. 기존의 인프라와 새롭게 조성된 생태시스템이 결합된 복합적 기능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복잡계로서의 도시와 지역사회에는 외부적 충격에 대한 저항성, 외부적 충격으로부터 복원 능력,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능력으로서 창조성이 중요하다. 리질리언스는 환경과 관련된 삶의 질, 생태계 서비스, 보전에 대한 협력적인 접근이다. 사회구조의 변화, 문화적 인식, 새로운 가치로서 리질리언스의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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