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되어서도 놀기 좋아하는 태평양 어느 작은 나라에서는 비를

흐르는 햇빛이라 부른다지

구름이 무겁게 지고 있는 물덩이를 국수가락 뽑듯

실금실금 나눠지고 내리는 빛의 알갱이나

빛고물 같은 것이 땅을 적셔 먹을 것을 만드는 놀이로 알고

며칠 밤낮을 흔들고 논다지

그래서 그곳의 나무와 풀들은 모두 미끄럼틀호텔이라 부른다지

내리다 지친 빗방울들은 가지가지 미끄러지고

잎잎마다 머물다가는 그 순간을 긴잠이라고 부른다지

반짝 물알 전구 켜기도 무섭게 밀려드는 빗방울에 밀려

흙으로 적시며 질끈 눈감는 그것이 새로운 시작임을 알기에

빗방울 목걸이를 매단 천사의 귀밑머리 같은 하늘 한 켠

바라보며 나무와 풀잎에 감사해 한다지

흐르는 햇빛이라서 호주 원주민들이 먼 길에 새긴 송라인처럼

놀 줄 아는 발들이 다진 땅의 노래를 부르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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