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게시판(O)/계시판(X)

공공기관이나 학교,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여러 사람에게 알릴 내용을 붙이거나 내걸어 두루 보게 할 목적으로 마련해 둔 것을 가리켜 ‘게시판’이라고 한다. 그러나 ‘게시판’은 첫음절의 모음을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계시판’과 같이 표기하는 오류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글 맞춤법 제8항은 모음에 관한 규정으로 ‘계, 례, 몌, 폐, 혜’의 ‘ㅖ’는 ‘ㅔ’로 소리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ㅖ’로 적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핑계, 혜택, 사례’는 ‘핑게, 혜택, 사례’로 적으면 틀린 표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게시판(揭示板)’의 경우 첫음절의 한자어 ‘揭’는 발음 시 ‘ㅔ’로만 소리 나기 때문에 ‘ㅖ’로 적을 이유가 없으므로 본음을 그대로 적용하여 ‘게시판’으로 써야 한다.

같은 예로 ‘휴게실(休憩室)’, ‘게송(偈頌)’ 등의 ‘게’도 본음을 밝혀 적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산에 봄꽃이 피어서 경치가 좋다(O)/

산에 봄꽃이 피여서 경치가 좋다(X)

봄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뜨리며 피어나는 아름다운 봄꽃들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꽃봉오리 따위가 벌어진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꽃이 피어서 아름답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때 ‘피어’를 ‘피여’로 틀리게 쓰기 쉽다.

표준 발음법 제22항은 ‘피어, 되어’ 등의 어미 ‘-어’는 [어]로 발음함을 원칙으로 하되, [여]로 발음함도 허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모음으로 끝난 용언 어간에 모음으로 시작된 어미가 결합될 때 일어날 수 있는 모음 충돌 현상을 반영하여 [피여] 또한 표준 발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 문장에서 ‘피어서’를 발음할 때는 [피어서]/[피여서]와 같이 두 가지로 발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발음 규정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피다’에 ‘-어서’를 결합하여 쓸 때에는 ‘봄꽃이 피어서’와 같이 올바르게 써야 한다.

<청주대 국어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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