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두고 벌이는 전쟁 그리고 짜릿한 로맨스

(연합뉴스)독특하고도 유쾌한 설정이다. 그러나 한참 웃다가도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이 그런 영화다.

한번의 실수로 콩쿠르에 울렁증이 생긴 피아니스트 ‘모모씨’(멜라니 베르니에)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게임 개발자 ‘아무개씨’(클로비스 코르니악)의 옆집으로 이사왔다.

두 사람의 집은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데 전혀 방음이 안 된다. 상대방의 샤워실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다.

아무개씨는 그동안 무서운 소리를 내 옆집으로 이사 온 사람들을 내쫓곤 했지만 더는 갈 곳이 없는 모모씨도 만만치 않다.

양측은 서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소음을 내며 누가 이기나 전쟁을 벌인다. 모모씨는 주로 피아노로, 아무개씨는 각종 도구를 활용해 상대방에게 청각적으로 타격을 가한다.

결국 둘은 시간대를 나눠 활동하기로 타협한다. 모모씨가 피아노를 연습할 때 아무개씨가 휴식하고, 아무개씨가 게임을 개발할 땐 모모씨가 피아노를 쉬고.

그러다 둘은 친하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단,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만 하며 사귀기로 했다. 서로를 모모씨, 아무개씨로 부르면서.

둘의 연애 방식은 각자의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고 상대방의 싫은 모습을 안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영화 ‘그녀’(2013)와 여러 면에서 대척되는 상황이다. ‘그녀’에서는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보거나 만질 수 없다는 점에 불만을 느끼고 사만다의 대역을 할 사람을 찾는다.

사랑은 ‘육체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은 그런 면에서 반대다. 둘 사이 말만으로도 사랑이 가능한가를 시도해본다.

모모씨가 언니 샤를로트(릴루 폴리)를, 아무개씨는 친구 아르투스(필립 뒤켄)를 각각 불러 벽 사이에 두고 ‘더블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 사랑의 본질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다.

샤를로트는 사랑의 행복은 ‘접촉’에 있다고, 아르투스는 사랑의 본질은 ‘보는 것’이고 ‘비밀이 없는 것’이라며 이 둘이 채택한 사랑의 방식을 비판한다.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

4월 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9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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