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육룡이 나르샤’ 신세경

(연합뉴스)흠집없이 잘해내고 싶은 역할… 역량 부족

50부작 내내 여러 인물과 소통하면서

이야기에 어우러지는 방법 배운 드라마

“분이는 어쨌든 끊임없이 노력했고 잡초처럼 견뎠잖아요. 긴 터널 같은 난세를 살아오면서 그걸 견디고 또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근 종영한 SBS TV ‘육룡이 나르샤’에서 백성을 상징하는 ‘분이’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신세경(26)은 ‘분이’ 역할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세경은 “‘육룡이 나르샤’는 정말 즐거운 현장이었다”며 “50부작 내내 긴장을 유지하느라 힘들기는 했지만 저보다 고생하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제가 힘들었다고, 기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신세경이 맡은 ‘분이’는 ‘육룡’ 중 유일한 여성이지만 기존의 사극에서 그려졌던 여성상과는 많이 달랐다.

어릴 때부터 오빠인 땅새(이방지·변요한 분)보다 더 야무지고 당돌하던 분이는 커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분이 대장’으로 불린다.

쌀 열 가마를 수확하면 아홉 가마를 세금으로 내놓아야 하는 불합리한 세상. 보이지 않는 희망일지라도 분이는 견디고 또 견디며 계속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처음 작가, 감독님과 미팅할 때 분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반했다”는 그는 “요만큼의 흠집도 없이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났는데 나중에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캐릭터에 비해 제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다”며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습들이 보기 드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극 중에서 이방원(유아인)과는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을 나누지만 상황과 신분 차이 등으로 인해 결국은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처음부터 방원이와 분이의 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는 드라마가 아니었기에 러브라인이 아쉽지는 않아요.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사랑 이야기와는 달라서 더 좋았고, 오히려 서로 주고받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는 연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관계 아닐까요? 이런 느낌의 러브라인은 두 번 다시 못해볼 것 같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더라고요.”

‘육룡이 나르샤’가 50부작에 이르는 탓에 출연 배우들은 거의 사계절을 함께 지냈을 정도다.

신세경은 윤균상은 ‘자상함’, 변요한은 ‘든든함’, 유아인은 ‘섬세함’을 갖췄다고 칭찬하면서도 “그중에 이상형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SBS TV ‘냄새를 보는 소녀’ 이후 짧은 휴식을 가진 뒤 50부작을 끝낸 신세경은 휴식 기간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알람 안 맞추고 자기’를 꼽았다. “기간이 중요하지는 않은데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제 시간을 누리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차기작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직업적 특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생각도 밝혔다.

“‘육룡이 나르샤’의 분이를 통해 어떤 정치적인 사건 속에서 지키고 싶은 것을 꼭 지키려고 했는데 그러면서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큰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의사 역할은 어떨까, 흥미롭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 혼자 나서서 드러내려고 하기보다는 여러 인물과 이야기에 어우러지는 방법을 배운 작품”이라고 ‘육룡이 나르샤’를 마친 소감을 밝힌 신세경의 표정에는 시원섭섭함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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