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편집상무

 

(김영이 동양일보 편집상무)폐일언하고 청주시의회 이유자 의원을 위해 변명 좀 해야겠다. 밝혀 둘 것은 필자는 이 의원 얼굴을 본 적도, 전화 통화 한 적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그런 사람을 위해 변명을 하느냐고 독자들은 의아해 하고 궁금해 할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사실’과 ‘진실’을 구분해 알려 줄 필요가 있어서다.

얼마 전 청주시와 청주시의회는 이 의원이 시 발주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독식했다는 언론 보도로 시끄러웠다. 청주시 본청과 4개 구청에서 2013~2015년 3년간 도로포장공사 52건에 6억6000여만원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청주시청 2건 5612만원 △상당구청 13건 1억8000여만원 △서원구청 15건 2억6000여만원 △흥덕구청 6건 6300여만원 △청원구청 16건 2억4000여만원이다.

요는 이 의원이 남편 회사를 돕기 위해 시의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수의계약을 독식했으며 이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갑질논란으로까지 비화된 이 사건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까지 가세해 이 의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나오게 만들었다.

수의계약 52건. 총액수를 떠나 요즘처럼 공사 따기 힘든 때에 52건이라는 숫자만 놓고 봐선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아직도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공무원이 있느냐고 모두들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수의계약 독식업체로 지목받은 (합)청록건설은 청주에 있다. 이 의원의 남편 박 모씨가 현 대표인 연 모씨와 함께 2007년 설립한 포장공사 전문업체다. 설립 당시부터 청주에서 유일하게 노면 파쇄기를 보유해 오고 있다. 파쇄기는 도로보수공사를 할 때 노면을 절삭하고, 생긴 폐아스콘을 걷어내는 장비로 5억원 정도 한다고 한다.

포장건설업 면허조건에 파쇄기 보유는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이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 업체는 그만큼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당연 공사수주에 유리하다.

요즘의 도로보수공사 공종은 파쇄기 절삭→피니셔(아스콘 포장)→롤러 작업(누름, 다짐, 고름 3단계)을 거쳐 완성된다. 과거의 도로보수공사는 단순 덧씌우기로 행해졌다. 그러다보니 아스콘이 쌓여 두꺼워진 도로면이 측구(側溝·물이 잘 빠지도록 차도와 인도의 경계에 만든 얕은 도랑)보다 높아진 시내 도로를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런 공법이 청주에서 파쇄기가 등장한 10여년 전부터는 노면을 5㎝ 가량 절삭하고 그 위에 덧씌우는 방법으로 대체됐다.

독식 발단은 청록건설만이 파쇄기를 보유한 데서 비롯됐다. 파쇄기를 갖고 있으니 응급보수 공사는 말할 것도 없고 수의계약 대상 공사는 크든 작든 자연스레 이 업체의 몫이 됐다.

물론 파쇄기가 없는 포장건설업체와 수의계약을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파쇄기가 없는 수주업체로서는 청록건설이나 다른 업체에서 장비를 임차해 써야 한다. 이에 따른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파쇄기의 공사장 투입이 임대업체 공사일정에 달려 있어 공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참고로 도로 파쇄(파쇄기)에서 포장(피니셔)까지의 장비 하루 임대료는 운반비 포함, 800만~1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만큼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사족을 하나 더 곁들인다면, 청록건설은 오랜 도로보수공사로 노하우가 쌓여 일 처리가 원만하다는 게 공무원 세계에서의 대체적인 평이다. 한 공무원은 “교통통제 등 경찰관서와의 협조를 잘 이끌어내고 시민이나 운전자들이 공사와 관련해 제기하는 민원도 무리없이 처리하는 등 뒷마무리가 깔끔하다”며 “공사를 맡기면 우선 안심이 된다”고 말하는 데서 알수 있다.

아마 공무원들로서도 업체 관련자가 시의원이다 보니 수의계약을 발주할 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52’라는 숫자, 즉 사실만 부각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진실이 왜곡된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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