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시도하는 두 사춘기 소년들의 로드 여행기

(연합뉴스)지난해 극장가에서 재개봉 열기를 주도했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감독 미셸 공드리가 신작을 선보인다. 이번에는 로드무비에 성장영화가 결합한 작품이다.

영화 ‘마이크롭 앤 가솔린’에서 ‘마이크롭’과 ‘가솔린’은 두 주인공 소년의 별명이다.

다니엘(앙주 다르장)은 왜소한 체형 탓에 친구들한테 ‘마이크롭’(세균)이라고 불린다.

테오(테오필 바케)는 고물상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돕느라 몸에 밴 가솔린 냄새 때문에 ‘가솔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니엘이 다니는 학교에 테오가 전학오면서 둘의 만남은 시작됐다.

소극적인 성격 탓에 또래 남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다니엘과 강한 개성으로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테오는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된다. 우유부단한 다니엘에게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테오가 ‘단짝’일 법도 하다.

둘은 여름 방학을 맞아 자유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목적지는 테오가 8살 때의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마시프상트랄.

둘은 고철상에서 구한 잔디깎이 모터와 길거리에서 모은 고물로 그럴듯한 자동차를 만든다.

하지만 둘의 계획은 암초를 만난다. 당국에서 둘이 만든 자동차를 자동차로 인정하지 않은 것. 게다가 둘은 나이도 어려 운전을 할 수도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좌절에 빠진 둘은 그러나 다시 힘을 낸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 의기양양해야 해. 30년 후 우리가 만나서 오늘을 회상할 때 우리가 꿈을 포기한 날로 기억해야겠어?”

자동차의 외관을 집처럼 꾸며 경찰이 오면 도로 가에 정차해 간이 주택인 것처럼 속이기로 했다.

자동차 개조를 끝낸 둘은 부모에게 말도 하지 않고 몰래 야반도주한다.

영화는 사춘기 시절 누구나 꿈꾸는 일탈과 반항을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게 그렸다. 잘 만들어진 소품 같은 영화다. 관객들을 첫 사랑의 설렘, 친구와의 우정, 세상에 대한 막연한 반항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실제 미셸 공드리가 친구와 함께 자동차를 만들어 여행을 떠나려 했던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미셸 공드리가 썼다.

‘이터널 선샤인’, ‘무드 인디고’(2013)에서 보여줬던 미셸 공드리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비주얼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그의 전작과 결이 다르다. 동화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좀 더 현실적이다. 내용이나 구성이 어렵지 않아 다른 프랑스 영화와 달리 접근하기도 수월하다.

영화 ‘아멜리에’(2001)에서 깜찍한 소녀 ‘아멜리에’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친숙한 오드리 도투가 이 영화에서는 다니엘의 모친으로 나온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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