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상수리나무에

부러져 죽은 나뭇가지와

살아 있는 가지가 얽혀 생긴

액틀 하나가 걸려 있다

그 액틀을 통해 바라보는 마을이

색지를 오려 놓은 듯 작고 선명하여

처음 보는 동화의 나라처럼 낯설다

기묘한 모양의 지붕과 색깔

밭 사이를 뱀처럼 기어가는 길과

머리칼을 곤두세워 소리치는 나무들

아이들을 위한 무슨 요지경을 만드는지

어디 목공소에서 망치 소리 들려오고

하늘 거울 속으로 날아가는 새 떼와

새들의 흔적을 지우는 흰 솜구름

문득 바람이 불자

상수리나무가 풍경을 말끔히 지우더니

그 큰 액틀의 눈을 뜨고서

창밖을 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창문을 벗어나려 안타까이 파닥거리는

흰나비 한 마리를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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