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예술에 대한 다큐

(연합뉴스)한 악기를 80년 넘게 연습한 음악가의 경지는 어떨까.

예술과 삶에 대한 그의 철학을 알고 싶다면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를 보면 된다.

이 영화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감독 이선 호크가 저녁 식사 자리에 우연히 동석한 번스타인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것이 이 다큐 영화의 탄생 계기다.

1927년생으로 올해로 90세인 세이모어 번스타인은 천재 피아니스트로 칭송받던 연주자였다. 6살에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10대 때부터 연주회를 열었다. 전성기 시절에는 “피아노를 정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무대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연주할 수 있었던” 50세에 은퇴했다. 음악을 상업적으로 보는 세상에 환멸을 느꼈고 작곡을 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이후 초보를 위한 교습곡에서 연주회 곡까지 다양한 작품을 작곡하고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특히 그는 뛰어난 피아노 스승이기도 하다. 불과 15세의 나이일 때부터 학생들을 지도했다.

영화에는 그런 점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건반을 얼마나 깊게, 어느 세기로 쳐야 하는지, 페달을 언제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호흡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깨의 자세는 어때야 하는지를 제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악보에 적힌 음표에 맞는 건반을 단순히 누르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곡의 주제와 전체 속에서의 그 소절이 가지는 의미, 각 음에 담긴 느낌과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영화에서 그의 제자들은 말한다. “선생님은 각각의 동작을 설명해 주시고 음악의 느낌과 감정을 설명해주세요”, “음악 속에 숨겨진 메시지가 있다는 걸 알고 찾게 해 주세요”라고.

영화는 번스타인과 음악 칼럼니스트, 지금은 기성 피아니스트가 된 그의 제자들, 종교학자 등과의 대담을 통해 음악과 예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려준다.

“나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생각해 볼 때마다 같은 답을 얻게 돼요. ‘우주의 질서’. 음악은 조화로운 언어로 괴로운 세상에 말을 걸어주며 외로움과 불만을 달래주죠. 이 세상 속에서 음악은 우리 마음 속에 있던 생각과 감정을 찾아 그 안의 진실을 일깨워줘요.”

번스타인이 얼마나 뛰어난 연주자인지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은퇴하고서 34년 만에 처음으로 이선 호크 영화팀을 대상으로 연주회를 열어 슈만의 ‘환상곡’을 치는 장면이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4월 7일 개봉. 전체 관람가. 8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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