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얼마 전 간질환 전문의이자 국립대 교수가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방사선사를 환자가 붐비는 병원 내에서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단지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까닭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교수에 따르면 당시 먼 곳에서 찾아온 환자의 편의를 위해 담당 의사였던 자신이 환자가 극히 소량의 음식을 먹긴 했지만 CT촬영에는 크게 문제될게 없다고 판단, 방사선과에 응급촬영을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사선사는 환자가 공복이 아니란 이유로 촬영을 거부했고 교수는 이런 방사선사를 강하게 꾸짖으면서 이들의 갈등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교수 입장에선 의학적 판단에 의해 내린 지시를 따르지 않은 젊은 방사선사가 괘씸했을 것이고, 방사선사는 원칙을 무시한 채 금식하지 않은 환자에게 CT촬영을 강요하는 교수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두 사람 간에 또 다른 이유나 갈등도 많았겠지만 크게 보면 모두다 환자를 위한 행동에서 비롯됐고 판단기준이 각기 달랐던 것 뿐이다.

환자를 위한 배려와 원칙사이에서 생긴 이 일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날 수 도 있었겠지만 오랜 시간 갈등을 겪어오다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병원 일각에선 두 사람 간의 나이나 병원내 위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봤을 때 교수가 아랫사람인 방사선사에게 손을 내밀었어야 했지만 오히려 감정적으로 대해 왔다고 지적한다.

반면 혹자는 큰 조직 내에서 업무적 마찰로 인해 불거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닌 환자를 치유해야 하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유할 의사가 환자를 만들었고 구성원간 반목을 야기 시켰다는 사실은 결코 어느 누구에게도 동정받거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사는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명예로운 사람이기에 사회적으로 존경과 대우를 받고 있다. 이는 의사에게 엄격한 도덕성과 양심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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