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1년여간 지속된 월화극 시청률 부진 1회만에 탈출

연기 강약 조절하는 균형감으로 극 이끌며 인기몰이

안방극장에 흥미로운 놀이판이 벌어졌다.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주연 박신양이 벌이는 이 판은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던 구경꾼들을 꾀는 재주가 있다.

박신양 연기는 명성대로다. 그가 연기를 가르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먼저 TV 복귀식을 치른 터라 ‘배우학교’ 교장의 실전 연기를 꼼꼼하게 뜯어보는 재미도 크다.

그 덕분에 1년여간 계속된 KBS 월화극 암흑시대도 종지부를 찍었다.

● 장기 캐릭터 선택…연기 강약 조절 돋보여

박신양은 SBS TV ‘싸인’ 이후 꼬박 5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왔다. 그는 복귀작에서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듯 보인다.

일단 머리 회전이 빠르고, 저돌적이면서도, 능청맞은 조들호는 박신양이 자신 있는 캐릭터다. 박신양은 출세 가도를 달리던 검사부터 모든 것을 잃은 거리 부랑자, 마음에 칼을 품고 돌아온 변호사까지 한 남자의 롤러코스터 인생을 신나게 소화한다.

그의 연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연기 강약을 아는 균형감이다. 60분간 박신양 ‘원맨쇼’를 지켜보는 것이 피로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검사 조들호가 재벌 회장 앞에서 유행가를 한 곡조 뽑으며 재롱을 떠는 장면은 이를 보여주는 지점 중 하나다.

시청자 흥까지 돋울 정도로 열창하다가, 비 오듯 흐르는 땀은 안중에도 없고 주인(재벌 회장) 심사부터 살피는 ‘충견’의 눈빛을 보여줄 때는 박신양이 이름값을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변호사 조들호가 열정적인 변론을 끝낸 뒤 옛날 습관대로 검사석으로 이동했다가 검사 무릎에 앉을 뻔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 ‘완생’ 실전에 관심…재간 넘치는 연기로 몰입 유도

연기 수업을 예능과 엮은 ‘배우학교’는 박신양을 ‘완생’(完生)으로 칭했다.

‘완생’은 연배도 높은 이원종을 비롯한 7명의 ‘미생’(未生)을 가차없이 훈련했다. 초반에는 제자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거나 가슴 통증을 호소할 정도로 집요하게 밀어붙이기도 했다.

‘배우학교’가 ‘동네변호사 조들호’에 부메랑으로 돌아오지는 않을지 지켜보는 눈이 많았다. 박신양 자신도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부담스럽다고 고백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박신양은 ‘배우학교’에서 자신이 강조한 것들에 충실한 연기를 선보였다.

과장된 몸짓이나 표정을 할 때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배우 스스로 믿어지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안 믿는다”는 ‘배우학교’ 가르침처럼, 박신양 스스로 역에 몰입한 덕분이다.

‘배우학교’의 동물 관찰극에서 짐작했듯이, 박신양의 세밀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재벌 회장에게 재롱떠는 연기를 할 때 넥타이와 상의를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모양새나 마이크를 능수능란하게 돌리는 솜씨는 발군이다.

박신양의 재간 넘치는 연기는 판타지 가득한 주인공 캐릭터에 시청자가 몰입하게 하는 재주가 있다.

● 1회부터 두자릿수 시청률…KBS 월화극, 수렁에서 탈출

올해로 데뷔 20년차인 박신양 연기가 모두의 갈채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가 같은 패턴의 연기를 되풀이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작품에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자로 등장했던 ‘싸인’이나 조들호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처절한 거리의 삶을 살았던 SBS TV ‘쩐의 전쟁’(2007)이 언뜻언뜻 떠오른다.

그러나 부단한 준비를 통해 어떤 캐릭터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박신양 능력만큼은 이견이 없다. 드라마 시청률부터가 박신양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시청률 2~3%로 바닥을 치던 KBS 월화극은 ‘동네변호사 조들호’ 덕분에 1회부터 10.1%(닐슨코리아·전국 기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회에서는 시청률이 11.4%로 뛰어오르며 1위인 SBS TV 사극 ‘대박’과의 격차를 좁혔다.

KBS 월화극의 두자릿수 시청률은 10% 문턱을 단 한 차례 넘은 뒤 종영한 ‘힐러’ 이후 14개월 만이다.

이제 막 사무실을 낸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할 일도, 갈 길도 멀다. 박신양과 신출내기 변호사 이은조 역의 강소라 호흡도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부패한 사법 권력에 시원하게 “울릉도 호박엿을 먹이는” 동네변호사의 일전을 박신양이 책임졌다는 점만으로도 일단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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