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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막걸리 세례<지영수>
데스크 칼럼 - 막걸리 세례<지영수>
  • 지영수 기자
  • 승인 2016.04.03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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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수(편집국 취재부 부국장)
▲ 지영수 부국장(편집국 취재부)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다./ 옥.수.수.로. 만.드.는. 막.걸.리.는. /영.양.분.이. 많.다./ 그.러.니. 어.찌. 술.이.랴..// 나.는. 막.걸.리.를. 조.금.씩.만./ 마.시.니. 취.한.다.는. 걸. 모.른.다./ 그.저. 배.만. 든.든.하.고./ 기.분.만. 좋.은. 것.이.다.. 천.상.병. 시.인.의. 시.‘ 막걸리’ 다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다/ 옥수수로 만드는 막걸리는 /영양분이 많다/ 그러니 어찌 술이랴.// 나는 막걸리를 조금씩만/ 마시니 취한다는 걸 모른다/ 그저 배만 든든하고/ 기분만 좋은 것이다. 천상병 시인의 시‘ 막걸리’ 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대표적 국보급 술이다. 인기만큼이나 이름도 많다. 탁하다고 해서 탁주(濁酒), 농사철에 빼놓을 수 없는 술이라고 해서 농주(農酒), 집집마다 담그는 술이라고 해서 가주(家酒), 나라의 대표적인 술이라고 해서 국주(國酒) 등으로 부른다.
상아탑과 민주주의 상징이었던 막걸리가 때 아닌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부산 동아대, 전북 원광대, 충북대, 수원대 등에서 환영회를 명분으로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려 논란이 뜨겁다.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앉혀놓고 100통 가량의 막걸리를 온몸에 쏟아 붓는가 하면 오물을 넣은 막걸리도뿌렸다.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막걸리에 담배꽁초와 남은 음식물, 휴지 등을 넣어 뿌렸다고 한다.
신입생들에게 대학에 대한 기대를 주기는커녕 실망과 혐오감만 줬다. 이런 지저분한 대학은 다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수원대학과 해당 단과대 학생회는‘ 막걸리 세례’는 해마다 단과대학에서 진행되는 제사의 퍼포먼스일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행사를 주최한 원광대 학생회는 사과문을통해“ 매년 이 학과에서 진행한 행사로 신입생 환영회는 오래전부터 고사(告祀)의 형식으로 치러왔다. 신입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내내 액운이 없어지고 안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기원의 마음을 담아 제사를 지낸다” 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학생은“ 후배들이 모욕이나 치욕감을 느낄 수 있는 악습” 이라며“ 대학가 문화도 건전하게 바뀌어야 한다” 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생도“ 전통이라고 정당화하지만 부당한 행사인 것은 엄연한 사실”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대 관계자는“ 학교가 교내 금 연 · 금 주 운동을벌이고 있는 와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 며“ 진상조사를 벌인 뒤 주의조치 하겠다” 고 밝혔다.
군대식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고 대학가에도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가 스며들면서 매년 이런 논란이 반복된다. 대학 서열화와 입시위주의 교육, 중 ·고등학교 인권교육 부족 등에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같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들의 강압에 의해 술을 마시다 숨지는 사건도 매년 발생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입생이 과도한 음주로 숨지는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지난 3월 22일 대전의 한 대학교 선 · 후 배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신입생 김모(18)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김 군은 전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구토를 하는 등 괴로워하다 잠든 뒤깨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평의 한 대학에서도 2010년 선배들의 과도한 음주 강요로 새내기 여대생이 숨지는 일이 발생, 파장을불러일으켰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을 먹고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죽는 일까지 있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번‘ 막걸리 세례’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동아리 대표가 공식사과문을 올리고 대학 당국이 관련자를 엄벌하겠다고 발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지만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고사는 액운을 없애고 풍요와 행운이 오도록 비는일이다. 학과마다 학풍이 있고 그런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사를 지낸 후 제사에 올린 술을 나눠 마시긴 해도 몸에 뿌리진 않는다. 김치를 안주 삼아 허물없이 주고받는 막걸리 한잔이 막걸리 세례보다는 나을 듯하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는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인 새내기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신성한 통과의례다‘ . 지성의요람’ 이라는 대학 본래의 자리를 빨리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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