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의심 살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한자성어로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으로 원문은 문선(文選) 악부(樂府)의 고사(古辭) 4수중의 군자행(君子行)에 나오는 말이다.

요즘 청주 방서지구도시개발조합의 비리 의혹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새삼 이 말이 딱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방서지구조합 비리 의혹사건은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예탁 받은 100억원이 처음부터 조합통장에 있었는가이다.

고소인들은 시공사의 원활한 사업추진이 어려울 경우 조합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탁 받은 돈을 조합장이 임의로 돌려줌으로써 막대한 이자손실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논란의 중심에 선 조합장은 업무인계 당시 부채가 110억원에 달해 조합통장에 넣을 경우 곧바로 빠져나갈 수 있어 시공사인 중흥건설이 별도의 통장에 보관해 왔다고 주장하며 고소인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또, 환지개발 방식을 추진하면서 특정인에게 흔히 말하는 노른자위 땅만을 골라 줬는가 밝혀져야 한다. 환지의 다운감정과 2년 새 방서지구 개발비가 128억7900만원이나 상승해 조합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을 외면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 사무국장은 자본금 100만원 안팎의 페이퍼컴퍼니로 보이는 회사로 당시 감정가가 19억8000만원에 이르는 땅을 매입한데 이어 별도의 환지를 받아 2배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조합 사무국장은 구토지의 소유주로 권리보증금이 포함돼 그런 것이지 자신보다 더 많은 시세차익을 누린 이도 많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개발법과 조합 정관 및 세칙에는 평가식 환지와 함께 제자리 환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흔히 말하는 노른자위 땅을 손쉽게 배당받지는 않았는지 한번 쯤 생각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비환지 방식을 통해 사욕을 챙기지는 않았는지도 스스로를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가 아무리 백옥처럼 깨끗하다고 주장한들 일반인들의 상식에서 벗어나 행해진 일들이 제대로 소명이 될 지 새삼스럽게 '이하부정관'이란 한자성어를 떠올리게 된다.

이 조합의 사무국장은 스스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것이지 해임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서 자유롭지 못해 스스로 물러난 것이 ‘해임’과 무엇이 다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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