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여성 10명 중 1명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당시 상황을 참고 넘어간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전국 공공기관·민간사업체 직원 7844명과 성희롱 관련 업무 담당자 1615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2015 성희롱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성희롱실태조사는 양성평등기본법 32조에 3년마다 실시하도록 규정됨에 따라 추진됐다. 그동안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 그쳤으나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에서 한 번이라도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6.4%(500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경험자 중 여성의 비율은 9.6%로 남성(1.8%)의 5배였다. 관리직(4.6%) 보다는 일반직원(6.9%), 정규직(6.2%) 보다는 비정규직(8.4%)의 피해 경험이 높았다.

구체적인 성희롱 피해 내용을 보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3.9%),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3.0%),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2.5%)의 순으로 높게 나타나, 언어적 성희롱이 주된 성희롱 피해 경험으로 보고됐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성희롱 피해 경험(7.4%)이 민간사업체의 경험(6.1%)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공공기관’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이 더욱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어 성희롱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에게 성희롱 행위자의 직급과 성별에 대해 질문한 결과 ‘상급자’가 39.8%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행위자의 성별은 대부분 남성(88.0%)이었다.

성희롱은 주로 ‘회식장소(44.6%)’와 ‘직장 내(42.9%)’에서 많이 발생했으며, 성별에 따라 남성은 ‘직장 내(50.3%)’, 여성은 ‘회식장소(46.7%)’를 가장 높게 지목했다.

성희롱 피해 경험자의 78.4%(392명)는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8.7%)’,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48.2%)’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남성(72.1%)이 여성(45.5%)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상당수 남성이 본인의 성희롱 피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성희롱 피해에 대처한 응답자 69명에게 처리 결과에 대한 만족 여부를 질문한 결과 전체의 54.4%는 처리 결과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불만족의 이유로는 ‘성희롱 행위자에게 적절한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51.0%)’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오히려 ‘업무 등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았다(11.8%)’거나 ‘직장에서 소문이나 평판이 나빠졌다(9.4%)’는 답변도 있어 성희롱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었다.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72.4%가 ‘성희롱 예방교육이 효과가 있다’고 응답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연령이 높을수록, 관리직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다양한 교육컨텐츠와 전문강사풀을 제공해 성희롱 예방교육의 내실을 기할 것”이라며 “성희롱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와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성희롱 방지 및 사건처리 가이드라인을 개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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