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2015년도부터 ‘피해자 두 번 눈물 짖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 하에 범죄피해자 보호 업무를 공식화 했다.

그동안 수많은 피해자를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들과 함께 아픔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피해자들의 원상회복을 위해 필요한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지원을 연계하면서 나름 보람도 컸고 아쉽고 씁쓸한 순간도 많았다.

일견 피해자라 하면 단순히 범죄로 인한 피해자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이 일을 전담하면서 그것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

특히 가족이나 연인, 이웃 간의 범죄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온 관계이라서 피해자를 먼저 만나 상담하는 게 우선이지만 동시에 피의자이면서 순간적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저지른 범죄행위로 인한 그들만의 내면적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나, 그들 앞에 서기 전에 다시 한 번 나를 담금질해 보고 또한 문제의 본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해 정성을 다했으나 나의 상담으로 인해 또 다른 아픔과 인권이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고 글로 못 쓰는 애로사항도 많다.

우선 한 가지만 되짚어 보면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던 폭행치사 사건, 모든 언론이 관심 갖고 연일 속보형태로 지면을 장식해 세상의 이목을 받았던 그 사건을 지금은 누가 기억이나 할까.

피의자는 처벌받고 시간이란 애물단지는 흘러 이제 모두의 기억 속에 지워진 그 사건, 그러나 그 사건속의 피해자는 저승으로 어떤 한을 걸머지고 갔을까? 남은 가족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만약 내 가족이 그러한 상황에 처하였다면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였을까?

아직도 가족들은 가슴속의 응어리를 스스로 풀어가며 애써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가해자 가족들 또한 억눌린 죄의식 속에서도 이를 속죄하고 세상을 살아감에 힘겨운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 할 수가 없었다.

소박한 일반인들의 삶은 무엇이 좋고 그름을 떠나‘땀 흘리며 묵묵히 일하는 사람에게는 박수를 치고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당한 사람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하듯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그들의 상처가 치유 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고 특히 피해자 전담 경찰의 역할은 더 발전 보완돼야 한다.

혹자는 피의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옹호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피해자이든 가해자(가족)이든 빠른 시간 내 원상회복이 절실하다.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어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언제 어디서든 그들의 아픔을 끝까지 들어주고 지속적인 만남으로 정성을 다한다면 그들도 나의 손을 잡아주지 않을까?

올해도 나는 수많은 피해자를 만나고, 각종 민원인과 상담을 하게 될 것이다. 피해자전담경찰관으로서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그들에게 설명하고 무엇을 전달하기에 앞서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같이하고 시간과 함께 좀더 밝게, 좀더 보람 있게, 좀더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 보기 전에는 함부로 그를 판단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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