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엄마 치에, 딸 위해 요리 가르치는데…

(연합뉴스)사람은 언젠가 세상을 떠나지만 죽음을 앞둔 여인을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픈 자신을 사랑으로 감싸준 남편과 목숨과 맞바꾼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이가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는 이런 슬픈 사랑과 애틋한 가족 이야기를 감정의 과잉 없이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신문기자 싱고(다키토 겐이치)는 성악과 음악회의 보도를 의뢰해달라고 신문사를 찾아온 치에(히로스에 료코)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둘은 11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차이에도 서로 사랑에 빠지나 이들에게 곧 불행이 닥친다. 치에가 유방암에 걸린 것.

치에가 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임신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싱고는 치에와 결혼하기로 한다. 싱고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전처와 이혼한 바 있다.

두 사람에게 기적처럼 아이가 생겼다. 그러나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다. 치에가 아이를 낳게 되면 여성호르몬이 체내에 많이 발생해 암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에는 고민 끝에 아이를 낳기로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꽃’이라는 의미의 하나(아카마쓰 에미나)다.

불행은 비켜가지 않았다. 암이 재발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싱고의 회사 선배가 소개해준 ‘재야의 고수’를 찾아가기까지 한다.

그 고수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현미밥과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를 먹으며 몸의 치유력을 높이라고 조언한다.

우여곡절 끝에 사라진 암세포는 하나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온몸으로 퍼졌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치에는 딸에게 미소시루 요리법을 가르친다.

영화는 “무조건 밝고 긍정적인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아쿠네 도모아키 감독의 말처럼 무작정 슬프지만은 않다.

시한부의 인생에서도 ‘암으로 웃길 수 있는 소재’를 찾는 치에의 긍정적인 태도가 영화의 정서를 지배한다. 치에는 항상 말한다. “인생의 7할은 운이라는데, 난 운이 참 좋은 것 같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내용이지만 이런 영화가 흔히 빠질 수 있는 함정인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에 빠지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어쩔 수 없이 울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나오면 눈물을 잠시 보여주고 곧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의도적인 연출이다.

치에 역을 맡은 일본의 대표 배우 히로스에 료코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싱고로 분한 다키노 겐이치의 연기가 더 발군이다. 애써 짓는 그의 웃음 이면에 깊은 슬픔이 전해진다.

영화는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치에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현미 생활’을 그가 죽고 나서 남편인 싱고가 엮어 발간했다.

2012년 발간된 이 에세이는 베스트셀러가 됐을 뿐 아니라 2014년에는 드라마로 제작돼 일본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열두 살이 된 하나가 엄마가 알려준 미소시루 레시피를 책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27일 개봉. 전체관람가. 1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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