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조아라 기자) “저는 공교육의 혜택을 그 어느 누구보다 많이 받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저 뿐 아니라 제 아내(하정혜(53·청주고 수석교사)와 두 아이도 공교육으로부터 받은 혜택이 너무나 큽니다. 이제 저는 앞으로 공교육으로부터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총장이라는 직위는 지역에 봉사하는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16년 만의 충북 출신 총장인 윤건영(57·사진) 청주교대 총장이 오는 23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그가 보은 회인초 재학 시절부터 싹 틔워 온 교사에의 꿈은 도내 초등교원 양성의 요람인 청주교대에서 그 꽃을 피우고 있다. 1941년 청주사범학교로 출범, 2021년이면 창학 80주년을 맞는 청주교대는 윤 총장의 취임을 시작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청주고와 서울대 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윤 총장은 지난 1994년 교수로 임용되며 청주교대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학생처장, 교무처장, 정책개발원장(현 기획처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4년의 임기 동안 ‘소통하는 총장’, ‘지원하는 총장’, ‘봉사하는 총장’이 될 것을 약속했다.

먼저 ‘소통하는 총장’이 되기 위해 ‘열려 있는 총장실’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누구든 총장실에 드나들 수 있도록 한다는 파격 행보도 놀랍지만 윤 총장은 한 술 더 떠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365일 24시간 학내 고충 상담과 업무 갈등 등에 관한 제반 사항을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원하는 총장’이 되어 학생들이 오로지 면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캠퍼스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숙사와 수영장을 신설하고 노천극장과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 학내 교육환경 조성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 강의 시설과 연구실 등을 추가 설치하고 학생, 교수, 교직원을 위한 휴게실도 신설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선도하는 ‘봉사하는 총장’이 되겠다고도 다짐했다. 청주교대와 지역사회의 소통을 강화해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청주교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충북인성교육범실천연합 상임공동대표 등으로 지역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 사회 발전에 헌신해 왔다.

최근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대학 통폐합이 필연적으로 예견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윤 총장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교대는 해마다 예측되는 교사수를 고려해 입학 정원을 조정해 왔기 때문에 최근의 대학 구조조정과는 입장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최근 청주교대는 교육부가 실시한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최우수인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윤 총장은 “한국은 OECD 국가들에 비해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많아 오히려 교대의 정원을 늘릴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며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초등교사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식기반정보사회에서 사람중심사회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교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교사양성기관의 시대적 중요성을 재고하는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유능하고 품격을 겸비한 교사’를 이상적인 교사로 꼽는다는 그는 특히 품격 즉 인성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했다.

“요즘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는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룰 가능성이 큰 나라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정하고 능력 있는 교사들에 의해 지식과 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미래세대를 교육시킨다면 사회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주교대는 지난 2년 간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 등 다양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해 ‘인성을 갖춘 교육실천가’, ‘창의적인 교육전문가’, ‘시야가 넓은 교육지도자’라는 바람직한 인재상을 정립해 왔다.

지난달 23일 열린 윤 총장의 취임식에서는 보은 회인초 6학년 시절 그의 반 담임교사였던 김영민씨가 축사를 해 잔잔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선생님은 평소 제자들을 칭찬할 일이 있으시면 쟁반같이 큰 손을 머리 위에 얹고 흔드셨다. 그 따스한 사랑의 온기는 자라나는 우리들의 자양분이 됐다”고 회상했다. 늘 그의 삶 한 켠에 머물며 인생의 동력원이 됐던 은사의 따스한 사랑을 이제는 초등교사가 될 학생들과 지역 사회에 돌려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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