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곡 이종환 화백 15번째 개인전

(동양일보 김재옥 기자)5월 9~12일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

한국 실경산수 신작 100여점 선보여

근현대 미술사 거목 운보 김기창 화백

걸작 ‘예수의 생애’ 성화 30점도 전시

신동호·천경자·이왈종 화백 작품도

▲ 청곡 이종환 화백.

얼마나 깊어지면 어린아이의 마음을 닮은 깨끗하고 정갈한 작품을 그릴 수 있을까.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대한민국동양화전,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대한민국서화대전 등 화가로서 가장 영예로운 자리에 이름을 올렸으면서도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하는 어린아이의 깨끗한 열정을 가진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특별한 재미와 행복으로 다가온다.

자연을 닮은 화가, 청곡 이종환(사진) 화백의 열다섯 번째 개인전이 오는 5월 9일부터 12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열린다.

이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담은 실경산수 신작 100여점과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시리즈 30여점, 신동호·천경자·이왈종 화백과 샤걀·피카소의 작품 20여점 등 모두 150여점의 명작을 선보인다. 특히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북한 화가의 산수화와 북한 우표 등도 전시할 예정이다.

● ‘설경’ 등 실경산수의 진수 선봬

▲ 이종환 작.

실경산수를 고집하는 이 화백은 화가의 상상력이 보태진 왜곡된 산수보다는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길 즐겨한다. 가장 자연에 가까운 그림만이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고 편안하게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번 전시에서 신작 100여점을 통해 봄의 푸른 생명력과 여름의 힘과 정열, 깊은 가을의 정취, 겨울산의 깨끗한 아름다움까지 실경산수의 진수를 선보인다.

특히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날의 풍경을 담을 ‘설경’ 시리즈는 이 화백 작품의 백미다.

흰 종이와 먹 사이 여백을 적절히 활용한 그의 작품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절로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 진다. 세상에 부대껴 응어리진 마음이 손바닥 위에 닿은 눈송이 녹듯 풀린다.

무궁화와 장미를 비롯한 다양한 꽃과 감 등의 식물도 볼만한다. 한국화 속에 서양화 기법을 도입, 강렬한 채색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그의 그림이 더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그림을 그리는 이 화백의 따스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스무 해가 넘도록 전시를 통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돕기를 위해 쓰는가하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작품전도 수차례 열었다.

이 화백은 “한국의 사계절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옮겨 놓은 만큼 가장 자연스러운 그림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과 그림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림을 좋아하는 일반 시민들도 작품 소장할 수 있도록 작품의 문을 활짝 열고 싶다”며 “이것이 화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운보의 최고의 걸작 ‘예수의 생애’ 눈길

▲ 운보의 ‘예수의 생애’ 연작 중 ‘아기 예수의 탄생’ .

청각과 언어장애를 극복하고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한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거목, 운보 김기창(1914-2001) 화백의 걸작 ‘예수의 생애’ 성화 30점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예수와 성모 마리아에게 한복을 입히는 등 예수의 삶을 한국적 양식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한국 회화사와 세계 기독교 미술사에서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인물 표현이 이조 후기의 풍속화 작가인 혜원 신윤복이나 단원 김홍도의 인물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예수의 생애’ 연작 중에 ‘부활’을 제외한 29점은 운보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부터 이듬해까지 그린 작품이다.

당시 운보는 일가족과 함께 아내의 고향인 군산으로 피란을 떠났는데 운보와 친분이 두터웠던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삶을 한국적 회화양식으로 그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29점이던 연작은 2년 후 독일인 선교사의 요청으로 ‘부활’을 그려 총 30점이 됐다.

각각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수태고지’ ‘아기 예수의 탄생’ ‘동방박사들의 경배’ ‘아기예수 이집트로 피난’ ‘헤롯왕의 아이들 학살’ ‘소년예수 학자들과 문답’ ‘요한에게 세례를 받음’ ‘사탄에게 시험받다’ ‘제자들을 만남’ ‘산상설교’ ‘사마리아의 여인’ ‘병자 고치다’ ‘오천인을 먹임’ ‘물 위흘 걷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 ‘탕자 돌아오다’ ‘어린이들을 축복하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여인 예수의 발을 씻음’ ‘예루살렘에 입성’ ‘최후의 만찬’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 ‘재판받다’ ‘수난 당하다’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에 못박힘’ ‘시체를 옮기는 제자들’ ‘부활’ ‘막달라마리아와 만남’ ‘승천’ 등이다.

전시 개막식은 9일 오후 2시, 전시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청곡화랑(☏043-278-5200)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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