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고발자는 ‘보호’가 아닌 ‘보복’을 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전시가 도시철도공사 직원 채용비리를 외부에 알린 황재하 경영이사에 대해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대전시는 황 전 이사가 면접시험 당일 점수조작 사실을 알고도 결재를 했고 부패신고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서 정한 신고기관에 해야 하는데도 비공개 문서를 3자를 통해 언론에 유출했다며 지난 18일 기다렸다는 듯 징계를 내렸다. 이 땅의 척박한 내부 고발 문화를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징계는 자신의 잘못에 합당해야 정당성을 갖는다. 반대로 잘못에 비해 무겁게 내려지면 징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반발만 사게 된다. 이런 점에서 대전시의 이번 내부 고발자에 대한 징계는 과하다는 게 지역사회의 판단이다. 중대 과실로 공사에 큰 손실을 끼쳤다면 해임처분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부정채용을 외부에 알린 것은 해임 사안이 아니다. 대전시가 도시철도공사 비리로 시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시점에 부정채용의 문제점을 언론에 제보한 ‘괘씸죄’가 더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전시는 황 전 이사가 ‘부패방지권익위법이 정한 신고기관이 아닌 언론을 통해 먼저 부정채용 사실을 알린 점’을 들어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징계의 정당성을 강변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내부에서 행해지는 불법 부당한 일을 외부에 알리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해야 정당한 고발인지 묻고 싶다. 그런 내부 고발자를 해임한다는 발상 자체 또한 공직 정의를 배반하는 것이다.

공직사회가 투명해지려면 내부비리 고발을 용기있는 결단으로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조직의 배신자로 취급해 왕따 시킬 일이 아니다.

장려해도 모자랄 판에 용기를 내 신고했는데 오히려 피해를 받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대전시에 누가 내부 고발을 하겠는가.

정래수 취재부 기자(대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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