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MBC 주말극 ‘결혼계약’

정직한 스토리·깔끔한 연출

유이·이서진 연기 앙상블

20% 넘기며 예상 밖 성공

스토리는 멋 부리지 않고 정직하다. 연출은 깔끔하고 담백하며, 배우들의 연기는 새롭고 조화롭다.

별 기대하지 않았던 ‘긴급 땜질용’ 대타 편성이었는데 시원하게 안타를 쳐버렸다.

24일 종영한 MBC TV 주말극 ‘결혼계약’이 규칙과 예상을 벗어난 의외성으로 이 봄 방송가에 화제가 됐다. 기습적으로 안방극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이 드라마 때문에 주말 밤마다 눈물바다에 빠진 ‘관객’들은 20%가 넘는 시청률로 화답했다.

● 낡은 신파 멜로를 새롭게 만들다

출신 성분에 아픔이 있는 재벌 2세와 실제로 몸이 아픈 싱글맘이 돈 때문에 얽혔다가 진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낡아도 너무 낡았다. 하지만 ‘결혼계약’은 그 낡은 이야기를 또다시 새롭게 만들었다.

설정과 구성은 너무 익숙하고, 스토리는 시청자가 예상하는 대로 어김없이 흘러갔다. 그런데 이게 희한하게도 지루하지 않았다. 대본의 힘이다. ‘세상 끝까지’ ‘비밀’ ‘현정아 사랑해’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등을 통해 트렌디한 멜로, 선악의 대비가 선명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을 과시했던 정유경 작가는 한동안의 슬럼프를 딛고 ‘결혼계약’을 통해 저력을 다시 드러냈다.

익숙한 신파지만 질척대거나 늘어지지 않고, 2016년의 화법과 속도감에 맞게 산뜻하고 정직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 정 작가의 대본은 이 뻔한 ‘눈물 철철’ 사랑 이야기에 또다시 시청자가 빠져들게 만들었다.

김진민 PD의 연출도 일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화면, 여백과 쉼표를 살리는 호흡이 깨끗하고 모던하다.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잡아내는 영화같은 장면이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었는데, 그 덕에 낡은 신파가 새옷을 입었다.

● 진심 담은 유이의 성장·솔직한 이서진의 매력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도 훌륭한데, 특히 유이의 성장이 놀랍다.

‘오작교 형제들’ ‘황금무지개’ ‘호구의 사랑’ ‘상류사회’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해온 유이는 ‘결혼계약’에서 드디어 배우의 대열에 들어선 듯하다.

어린 딸을 두고 죽을 날을 받아둔 가난한 싱글맘 강혜수를 연기하는 것은 전형성이라는 함정에 빠지기도 쉽고, 겉도는 느낌을 주기도 십상이다. 그러나 아이돌 출신의 이 스물여덟살 배우는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이해하기도 힘들었을 강혜수 캐릭터를 진심을 다해 연기했고, 그 마음이 화면에 고스란히 투영돼 시청자를 움직였다.

강혜수를 그려내고자 하는 유이의 노력과 간절함은 다채로운 눈물 연기를 통해 매회 확인됐고, 그가 실어나르는 슬픔의 감정은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 시청자에게 날아왔다.

이서진은 실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 한지훈을 맡아 살가운 모습을 보여줬다. 툴툴대는 것 같지만 속이 깊고 여린 한지훈의 모습은 자연스러웠고, 그 덕에 17살이나 어린 유이와의 호흡이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여기에 강혜수의 딸 은성이의 사랑스러움이 극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은성이를 연기하는 7세 꼬마배우 신린아의 깜찍한 연기가 유이와 이서진의 앙상블을 도왔다.

‘결혼계약’은 이병훈 PD의 사극 대작 ‘옥중화’의 제작이 지연되면서 MBC가 급하게 처방한 ‘땜질 편성’이다. 하지만 대본, 연출, 연기의 삼박자가 맞아들어가면서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마법을 발휘,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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