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아픔을 가진 남녀의 성장 로맨스

(연합뉴스)제목만 보고 슈퍼히어로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청춘 남녀가 나오고, 고단한 삶의 극복이 그려지고, 서로에 대한 연모의 감정이 표현된다.

영화 ‘초인’은 체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는 소년과 어떤 일을 계기로 책에 빠져 사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청춘 성장 로맨스 영화다.

한바탕 싸움을 벌인 대가로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최도현(김정현)은 구립 도서관에서 잠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매일 책을 빌리는 소녀 최수현(김고운)을 만난다. 수현은 이 도서관에서 무려 500권을 빌려 읽은 대단한 독서광이다.

도현은 “최도현, 최수현…이름이 비슷하네. 우리 진짜 운명인가”라며 수현에 접근하고 둘은 그렇게 친해진다.

풋풋한 사랑 이야기일 것만 같은 영화는 자못 심각해진다. 이 둘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현의 어머니는 한때 유명 배우였으나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아들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도현은 그런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면서 어릴 때부터 해오던 체조를 계속해야 하나 회의에 빠진다.

도현은 사회봉사명령 때문에 학교를 잠시 쉰다고 하지만 수현은 왜 학교에 가지 않을까. 영화가 진행되면 그의 숨겨진 사연이 드러난다.

영화 제목은 극 중에 나오는 철학자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초인을 가리킨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명언으로 유명한 생철학자다. 그의 이 말은 신으로 대표되는 초월적인 이념을 부정하고 현세의 삶을 긍정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이 신에의 의존에 벗어나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서고 자기 극복을 통해 도달하게 되는 궁극의 경지가 바로 초인이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삶을 사랑하고 창조하는 사람이면 모두 초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도현과 수현을 통해 삶을 긍정하고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며 초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삶을 긍정한다고 할 때 이는 삶의 좋은 면뿐 아니라 나쁜 면까지도 포용함을 뜻한다.

도현에게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가, 수현에게는 학교를 그만 다니게 할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을 줬던 사건이 바로 이들이 껴안아야 할 삶의 어두운 면이다.

두 젊은이는 초인이 될 수 있을까.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수현이 좋아한다는 시집의 제목 ‘낙타’에서 그 실마리가 나온다.

니체가 초인에 이르는 단계를 낙타, 호랑이, 어린아이에 빗대어 설명하는데 낙타는 바로 첫 단계를 뜻한다.

내용이 다소 현학적이고 주제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점은 아쉽지만 인물간의 관계 설정이 짜임새가 있고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신선하다.

5월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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