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탐정 홍길동, 어머니 살해자를 찾아 복수하는데…

(연합뉴스)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수장이자 사립탐정인 홍길동(이제훈)은 사고로 좌측 해마에 손상을 입어 어릴 적 기억과 감정 인지 능력을 잃는다.

사고 후유증으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는 겁도, 정도, 친구도, 자비도 없는 인물로 성장한다.

활빈 재단의 상속자이자 소유주인 황회장(고아라)은 정의 구현이라는 신념 하나로 탐정조직 활빈당을 세우고 홍길동을 수장으로 앉힌다.

홍길동은 매사에 까칠하고 귀찮아하지만, 사건 앞에서만큼은 집요하다. 그는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 가운데 유일하게 기억나는 단 한 사람,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을 20년간 추적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추적 끝에 찾아낸 김병덕은 간발의 차로 누군가에게 먼저 납치된 직후다. 김병덕의 집에는 그의 두 손녀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만 남아 있다.

홍길동은 할아버지를 찾아달라고 들러붙는 두 자매를 데리고 사라진 김병덕을 찾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홍길동은 거대한 비밀조직 ‘광은회’의 실체를 알게 된다. 홍길동은 차가운 눈빛의 소유자이자 피도 눈물도 없는 광은회의 실세 강성일(김성균)과 숨 막히는 대결을 펼친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은 사립탐정 홍길동이 어머니를 살해한 원수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거대 검은 조직 광은회의 실세인 강성일을 만나 대립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탐정 홍길동’의 가장 큰 매력은 한국영화로는 지금까지 만나보기 어려웠던 감각적인 비주얼과 만화적인 세계관이다. 이 영화의 ‘때깔’은 흡사 할리우드 영화 ‘씬 시티’(2005),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2014)을 연상시킨다.

정교하고 힘있는 만화적 느낌, 시선을 사로잡는 색감을 영화에 생생하게 살린 점은 한국영화의 개가라고 할 만하다.

단순 명쾌한 대사와 지루할 새 없는 이야기 전개 방식도 돋보인다. 유머와 액션, 긴장과 이완이 균형 있게 배치돼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영화의 주인공인 홍길동은 고전소설에 나오는 홍길동으로부터 그 모티브를 따왔으나 실제 캐릭터 구현에는 이를 과감하게 비틀었다.

홍길동이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에게 수없이 불리는 이름이지만, 정작 그 실체를 알 수 없고 아무도 모르게 음지에서 은밀하게 활동한다는 점을 차용했다. 여기에 이번 영화 주인공 홍길동은 결핍과 결함이라는 요소가 더해져 ‘한국형 다크 히어로’ 성격의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이제훈은 이렇듯 복합적인 캐릭터를 섬세한 감정과 연기로 맞춤하게 소화한다. 경찰청 인권홍보대사이기도 한 그의 탐정 연기를 보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냉철한 악역으로 분한 김성균, 화려한 재벌 여성을 연기한 고아라, 관록의 배우 박근형, 신 스틸러 정성화의 연기도 고루 좋다.

5월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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