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 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작년 프로야구에서 단연 화재의 팀은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두산 베어스가 아닌 ‘마리한화’라는 애칭을 얻은 한화 이글스였다. 비록 10팀 중 6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끝까지 가을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그들의 모습에 많은 야구팬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바 있다.

올해 4월 1일에 개막된 2016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팀 역시 한화 이글스이지만 상황은 작년과 정반대이다. 필자가 칼럼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한화 이글스의 시즌 성적은 4승 16패로 1위 팀과는 11.5경기차, 9위인 기아 타이거스와도 4.5경기차이다. 상당수의 야구팬들과 야구 전문가들은 한화 이글스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김성근 감독에게 묻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데이터 야구는 물론이거니와 벌떼야구, 심지어는 특정 투수에 대한 벌투(?)를 포함한 혹사 논란까지 그의 야구 하나하나가 구시대의 유물이고 지금의 야구와는 맞지 않은 잘못된 야구라는 것이다. 필자 역시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한화 이글스의 야구, 보다 근본적으로는 김성근 식 야구에 이견이 있기는 하나 지금 김성근 감독에게 퍼부어지고 있는 비난이 지나친 감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은 올 정규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그를 ‘야신(野神)’으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 한화 이글스 야구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다만 올해에는 우수한 자유계약 선수를 영입하여 불팬을 강화했고 메이저 리그 출신의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타선도 한층 강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시즌 전 많은 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올해 가을 야구 후보로서 한화 이글스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한화 이글스는 최하위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선수들의 투혼은 선수들의 혹사가 되었고 야신만의 적절한 투수 교체가 이제는 리그 최고 수준의 퀵 후크(quick hook, 야구에서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가 마치기 전에 마운드에서 내리는 것)로 대표되는 80년대 식 야구의 대명사로 불리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한화 이글스 야구가 과연 감독만의 책임인지를 생각해볼 문제이다. 제대로 된 선발투수진을 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시 방편적인 선발투수 운영, 벌떼 야구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경기 후 잦은 특타에 대한 야구인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릴 수도 있지만 10개 팀 중에서 투수력과 타격의 불균형이 가장 심한 구단 역시 한화 이글스이다. 그럼에도 한화 이글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 여부,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지금 야구팬들과 야구 전문가들이 김성근 감독에게 가하는 비난에 일관성이 있을까?

애석하게도 한화 이글스는 소위 말하는 야구 명장에게 조차 무덤과도 같은 곳이었다. 국제 대회에서 항상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우리를 기쁘게 해주던 김인식 감독, 무적 해태를 이끌던 김응용 감독도 무사하지 못했던 한화 이글스였다. 이들 명장들이 한화 이글스를 떠나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성적 부진’이었다. 프로야구계에서 성적은 모든 것을 미화시킬 수도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심한 부진을 겪던 이승엽 선수를 김경문 감독이 끝까지 출전시켰다. 다행이 일본전에서 이승엽 선수가 결승 2점 홈런을 쳤지만 만일 이승엽 선수가 그 홈런을 치지 못했더라면 김경문 감독을 믿음의 감독으로 치켜세울 수 있었을까? SK시절에도 김성근 감독은 지금과 비슷한 방식의 야구를 했지만 그 당시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이라는 성적을 두고 언론은 그의 야구가 한국 야구를 한 단계 끌어올린 야구였고 그의 야구 철학을 사회 곳곳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단 한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의 야구에 대한 평가가 180도 바뀌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 좋았어도 김 감독의 야구를 이토록 비난했을까?
 
요즘 사회에서 아무리 결과가 미덕이라고는 하지만 그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과 그런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 역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프로야구 정규 시즌의 중간 결과만을 가지고 김 감독을 비난하는 것은 한화 이글스가 많이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고양 원더스에 있던 김 감독을 야신의 반열에 올려 프로야구로 다시 불러냈다면 당분간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김성근 감독 야구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지금과 같은 방식의 비난은 결코 한국 야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결과만 놓고 해석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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