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은 "탈모제품 효과 없다"

국민 5명중 1명은 탈모로 마음고생을 하지만, 병원보다 탈모샴푸, 두피영양제와 같은 비의학적 관리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질환임에도 관련 제품이나 지인의 조언만 믿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모발학회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강동경희대병원과 성바오로병원을 방문한 10세 이상 70세 미만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탈모에 대한 인식 및 행동패턴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탈모는 스트레스와 환경오염 등의 증가로 국민 5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53%)은 가려움과 같은 두피질환을 경험했고 이 중 40%는 탈모가 의심되는 증상을 보였다.

문제는 탈모를 질환으로 보는 인식이 낮아 병원을 찾는 환자도 적다는 점이다.

응답자들의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탈모 예방법으로는 '샴푸와 두피 영양제인 토닉 등의 화장품 사용'이 46%로 가장 많았고 '병·의원 치료'는 36%에 불과했다.

이 밖에는 '두피관리실·한의원·미용실 방문'(9%), '탈모에 좋은 음식 섭취'(4%)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반면, 비의학적 치료 후 효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3%는 '탈모방지샴푸 등 탈모 관련 제품의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두피관리실·한의원·미용실 방문'이나 '탈모에 좋은 음식 섭취' 만족도는 각각 19%, 2%에 그쳤다.

강훈 학회 총무이사(성바오로병원 피부과)는 "비의학적 방법에 의지해 질환을 악화시킬 게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 올바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는 이유로는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병원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으로 지적됐다.

응답자의 46%는 병원에 갈 정도의 증상이 아니라고 스스로 낙관적인 판단을 내렸다.

또 '병·의원 치료에 대한 의구심'(18%), '병·의원 치료는 효과가 없다는 관리실·미용실·한의원·약국 등의 언급'(13%), '비싼 치료 비용'(10%) 등도 병원 치료를 방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경향은 탈모제품 구매에서도 의료전문가보다는 광고와 제품 포장을 더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제품 선택 기준과 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41%는 '광고와 효능·효과 표기'를 가장 많이 선호했다.

추천으로 제품을 선택할 때도 주변사람(38%), 두피관리실·미용실(9%), 제품판매자(6%)가 병·의원(3%), 약국(1%)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광성 학회 기획이사(인하대병원 피부과)는 "많은 환자가 광고나 제품표기에 현혹돼 탈모제품에 의지하고 있다"며 "올바른 선택을 위해 탈모제품에 대한 기능 인증과 적절한 광고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영 학회장(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역시 "탈모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의학적 치료법이 아닌 화장품, 두피관리실 등에 의지해 경제적, 정신적 손실을 보고 있다"며 "환자들이 진단을 조기에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환경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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