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포이소메라제-1(Top-1) 억제제라고 불리는 항암제로 위급하고 치명적인 패혈증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패혈증은 체내에서 발생한 박테리아 감염에 면역체계가 과잉반응을 나타내면서 염증이 폭발하는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패혈증이 발생하면 작은 혈전들이 만들어져 모세혈관들이 막히고 이 때문에 주요 장기조직으로 가는 산소와 영양소의 공급이 차단되고 대사 노폐물 제거가 중단되면서 복합장기부전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메디컬센터 미생물학교수 이반 마라지 박사는 항암제인 Top-1 억제제가 패혈증 같은 급성 박테리아 감염으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이 항암제를 정상적인 항암치료 코스의 50분의 1에 해당하는 1~3번의 투여로 염증 폭풍이 발생한 쥐를 70~90% 살려낼 수 있었다고 마라지 박사는 밝혔다.

항암제 투여로 인한 뚜렷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패혈증은 치사율이 20~50%로 상당히 높지만, 현재는 이렇다 할 표적 치료제가 없는 형편이다.

마라지 박사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염증 폭발을 진정시킬 수 있는 약을 현존하는 약물 중에서 탐색하는 세포 스크린 작업을 통해 이 항암제를 찾아냈다.

이 항암제는 독감, 에볼라 등 다른 바이러스 또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세포에 대한 실험에서도 위험한 면역반응을 둔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각종 암 치료에 사용되는 Top-1 억제제는 감염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활성화시키는 일단의 강력한 염증유발 유전자를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고 마라지 박사는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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