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세종역 신설’ 문제가 드디어 충청권 화약고로 변했다. 20대 총선에서 이슈로 떠올랐던 KTX세종역은 총선후 충청권 각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사활을 건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KTX세종역 신설 문제는 총선 전에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세종에서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편의를 내세워 역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책결정과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자신들을 위해 언젠가는 칼을 빼들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온 터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해찬 의원이 KTX세종역 신설을 총선 공약으로 들고 나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이춘희 세종시장도 동조하고 나서면서 세종역 신설문제는 정치권과 충청권 모두의 최대 갈등요인으로 부각됐다. 세종역에 정치인과 단체장의 목줄이 걸려 있는 셈이다.
KTX세종역 신설에 대해 충청권 4개 시·도중 세종시를 제외한 대전, 충남·북 3곳은 반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 의원과 이 시장이 고집을 계속 피운다면 충청권 지자체간 사활을 건 싸움은 불가피하다.
충북도는 KTX세종역 신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충북도는 괜한 문제로 충청권 공조의 틀을 깨고 갈등을 유발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충북도는 “세종시는 대전과 충남·북의 전폭적인 지원과 합의에 따라 충남·북 땅을 할애받아 탄생한 신도시”라며 “세종시 탄생 당시의 충청권 합의정신을 외면하고 공조와 상생발전이라는 큰 틀을 깨는 세종역 신설 발상은 세종시를 부정하고 세종시 행정구역을 원래대로 충남·북으로 환원하자는 것과 같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충북도는 세종시 관문역으로 출발한 오송역은 세종시에서 불과 17㎞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행정구역상으론 충북이지만 기능면에선 세종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전도 지난해 호남선KTX 전용선 개통이후의 서대전역 활성화가 총선 이슈였던 만큼 세종역 신설에 부정적이다.
충남 역시 공주역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판에, 그것도 오송역과 공주역이 있는 상황에서 그 사이에 세종역이 생기면 잦은 정차로 인한 저속철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도 “세종역 신설을 공약한 이 의원에게 유감과 우려의 뜻을 전하고 면담도 요구했다”며 “정부가 정책결정과 예산 반영을 못하도록 충청권 정치권과 지자체, 지방의회가 한 목소리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과 이 시장에게 묻는다. 충청권 다른 지자체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논리를 뒤집고 세종역을 신설해야 할 만큼 당위성과 절박함이 있는가. 주민 불편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지 고속철이라는 특성을 무시해 가며 역을 신설할 수는 더더욱 없다고 본다.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된 이 의원은 철회가 부담되겠지만 사정 설명과 진솔한 사과를 통해 유권자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것이 충청권의 쓸데없는 갈등을 막고 상생발전을 위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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