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통제소에 "충주호 수위 낮춰 달라" 이색 요청도
충주댐 15일 방류량 감축…홍수기 공사 중단 처지

(동양일보 장승주 기자) 단양군의 30년 숙원 사업인 수중보 공사 진척이 더뎌지고 있다.

완공 예정 시기를 6개월가량 남겨두고 잦은 비로 좀처럼 공사 진척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단양군은 지난 4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충주호 수위를 가능한 한 최대한 낮춰달라는 이색적인 협조 요청을 했다. 단성면 외중방리 남한강 하류에 건설 중인 단양 수중보가 최근 자주 내린 비로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으니 댐 운영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방류량을 늘려 달라는 것이었다.

단양군은 "올해 주요 공정을 마무리할 계획인데 지금 상태가 유지되면 공사가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30년 가까이 추진해 온 숙원사업 완공이 계속 지연돼 주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단양 수중보 공사는 총 사업비 603억 원을 들여 높이 25m, 길이 328m 규모의 수중보와 어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수중보가 건설되면 충주호 단양지역 수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단양읍내까지 유람선이 들어올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단양군은 기대한다.

단양군은 1985년 충주댐 완공 직후부터 수중보 설치를 추진해 왔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3차례에 걸친 국회 청원 등을 통해 2010년 9월 어렵게 공사에 착수했지만 2012년과 2013년 집중호우로 구조물 공사를 위한 임시 물막이가 2차례 유실됐다.

결국 2014년으로 예정됐던 완공 시기가 올해 말로 늦춰졌다.

단양군은 내달까지 주요 구조물 공사를 끝내고 올해 안에 수력발전 설비 설치와 담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지난겨울 이후 자주 내린 비로 충주호 수위가 높아져 공정이 애초 예상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관청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따르면 단양 수중보 전체 공정률은 70%, 콘크리트 구조물 공정률은 62%에 머물고 있다.

현재 충주호 수위는 124m 안팎으로 1년 전보다 8∼9m나 높아졌다.

수위가 높으면 가물막이 안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많아져 공사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공사 중인 소양강 몫까지 방류해 온 충주댐이 오는 15일부터는 방류량을 줄이는 데다 곧 홍수기까지 닥쳐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단양군이 댐 운영 책임기관인 한강홍수통제소까지 찾아가 충주호 수위를 낮춰달라고 읍소한 이유다.

홍수통제소는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단양군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중보 공사를 편하게 하자고 수위를 인위적으로 낮출 수는 없다"며 "방류량을 함부로 늘렸다가 작년처럼 심한 가뭄이 들면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단양 수중보는 두 차례 가물막이 유실로 작년에야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원래 사업기간은 내년까지이며, 올해 안에 보 구조물 공사를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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