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충북교육청 혁신기획담당서기관)

▲ 김성근(충북교육청 혁신기획담당서기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나라를 갔다.
당시 나는 초등 3학년이었다. 도시외곽에 ‘새마을’이 주택단지로 들어섰고, 학교는 늘어나는 아이를 수용하지 못해 북새통이었다. 신문지상에는 연일 ‘콩나물시루교실’이 화두가 되었다. 그 때 우린 잠시였지만 한 교실에 105명이 수업을 하기도 했다. 책걸상을 모두 덜어내고, 바닥에 엎드려 공부를 했으며, 아이들의 행렬은 복도까지 나갔다.
 조금이라도 떠들면 수업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외의 다른 학습방법은 가능하지 않았다. 벌을 서거나 회초리로 종아리나 손바닥을 맞는 일은 일상사이기도 했다. ‘27쪽부터 30쪽까지 두 번 적기’, ‘31쪽에 있는 시를 외우기’처럼 칠판에는 과제가 적혀있었고, 아이들은 수업시간 내내 과제를 했다. 그리고 못 다한 것은 숙제로 집으로 남겨갔다.
 우린, 교실바닥에 엎드려 국민교육헌장을 외웠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다 외우지 못하는 아이들은 집에 보내지 않고 남아서 외우도록 했다. 우리시절 국민교육헌장은 공통의 지식기반이었고, 지침이었다.
 2016년, 컴퓨터 알파고가 프로바둑기사를 이겼다. 아이들 손에는 아폴로11호를 달나라에 보냈던 미우주항공국의 컴퓨터용량을 훨씬 뛰어넘는 성능의 휴대폰이 들려져있다.
  학교를 둘러싼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사회에서는 지식정보량이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엄청난 정보홍수가 진행되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는 등 수업이 변하고 있고, 대학입시도 수능시험보다 경험과 재능을 중시하여 뽑는 수시입학비율이 더 많아졌다. 대입전형의 방법이 1000개가 넘는다. 대부분의 집에는 자가용이 생겼지만, 아이들이 뛰놀며 서로 공동체를 느끼던 골목과 지역의 교육생태계는 사라졌다. 학교급식이 전면화 되어 따뜻하고 건강한 밥을 먹을 수 있지만 매일 점심때마다 도시락을 열면서 느끼던 엄마의 손길과 마음은 함께 사라졌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체벌이 없어졌다. 학생, 학부모의 권리는 많아졌지만 책임은 분명하지 않다. 과거 어려웠지만 따뜻했던 가정은 무너진 곳이 많아 위기 아동의 수는 더 늘어났다.
 충북교육청은 이러한 학교의 변화에 맞춰 어떻게 하면 학교가 좀 더 아이들이 보호를 받고, 교사가 존경을 받으며 학부모들이 건강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 왔다. 그 고민의 하나가 ‘충청북도교육공동체 권리헌장’ 이다. 그간 제정 작업을 하면서 충북교육청은 두 가지를 고려했다. 하나는 상호존중과 배려라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의 형성이다. 그래서 학생의 권리만을 규정하지 않았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함께 규정함으로써 자기중심의 ‘이기적’인 문화를 탈피하고 공동체적 배려를 추구하려고 하였다. 둘째는 상호협의와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문화의 형성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참여해서 정한 규칙은 훨씬 존중한다. 그래서 충북교육청은 교육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원이 함께 경계를 정하고 책임을 지는 문화를 학교단위에 권장하려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충북교육청이 처음은 아니다. 대구교육청이 이미 3년 전에 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을 선포한 바 있고,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만 17세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권리헌장’을 선포했다.
  충북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 동성애허용이라든지, 임신 장려라든지 하는 얼토당토않은 내용의 음해성 공격도 있다. 이 분들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계속 공격한다. 반면 아이들을 위한 귀한 조언도 있다. 수정작업을 거치고 있다. 표현은 다듬고, 우려에 대한 안전망도 강화하고 있다. 교육청은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곳이다.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충북교육공동체 권리헌장’의 탄생을 기대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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