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남매의 가족 해체 프로젝트

(엲바뉴스)유명한 행위예술가 부모 밑에서 자란 애니 팽(니콜 키드먼)과 백스터 팽(제이슨 베이트먼)은 어릴 때부터 각각 ‘아이A’와 ‘아이B’로 행위예술에 참여하며 자라왔다.

성인이 돼 집을 떠나 각자의 삶을 사는 두 남매는 예술적으로 기괴한 부모 때문에 겪은 독특한 유년시절의 그림자를 쉽게 떨칠 수 없다.

배우가 된 애니는 슬럼프에 빠져 있고, 소설가가 된 백스터는 히트를 친 데뷔작 이후 별다른 작품을 내지 못한 채 방황한다.

백스터의 병원 입원을 계기로 오랜만에 고향집에 돌아온 두 남매는 다시 뭉친 가족의 새로운 행위예술을 기획하는 아버지 칼렙 팽(크리스토퍼 워컨)과 갈등을 빚는다.

카미유 팽(메리앤 플런킷)은 성인이 되고 나서 더는 행위예술에 동참을 원하지 않는 자식들과 남편의 갈등이 깊어지자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고뇌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을 떠난 부모 칼렙 팽과 카미유 팽이 고속도로에서 타살된 흔적을 남긴 채 실종된다.

진짜 실종인지, 아니면 또 다른 파격의 행위예술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애니와 백스터는 부모의 자취를 찾아 나선다.

케빈 윌슨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원제 The Family Fang)은 진정한 예술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자식들을 은행 강도 퍼포먼스에 동참시키고, 아들을 여자아이로 분장시켜 어린이 미인 대회에 출전시키는 등 칼렙과 카미유의 기상천외한 행위예술 장면은 꽤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문제는 이들 부모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예술적인 경지의 삶을 위해 종국에는 가족의 존재마저 부정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원작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로 해학과 반전을 능숙하게 오가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영민한 이야기 전개 과정, 개성파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과거와 현재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싱크로율, 감각적인 톤 앤 매너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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