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신홍경 기자)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광주에서 40대 남매가 70대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패륜범죄가 발생했다.

어버이날 일어난 이 사건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들 남매는 이날 아버지를 흉기와 둔기로 살해한 뒤 대형고무용기 속에 넣고, 이불 10채로 덮은 뒤 달아났다. 경찰은 도주했던 이들 남매를 붙잡아 살해동기 여부에 대해 물었지만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로 나온 증거와 주변의 진술을 종합하면 범행동기가 기존에 알려진 ‘재산분할’ 보다는 ‘원한 범죄’로 초점이 모아지는 양상이다.

어버이날은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어버이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하는 좋은 날에 계획적으로 패륜범죄를 저지른 이들 남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러나 어떤 이유라도 그들을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부모가 자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거나 몹쓸 짓을 저질렀을 수도, 학대를 하거나 무관심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복수심 때문에 어버이날 아버지를 살해하는 건 너무나 잔인하다.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인한 가정교육 해체, 가족 간 혈연관계가 옅어진 점, 이로 인한 소통의 부재가 이해의 부족으로 나타나는 것 등을 존속범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갈등이 폭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이상 이 같은 존속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가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다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건·사고를 취재하면서 느낀 건 갈수록 노인들의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고,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외로움’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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