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형 천식, 후비루 증후군 등 원인질환 치료가 급선무

직장인 여모(여·34)씨는 감기 끝에 시작된 기침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하지만 이 기침은 1년 넘게 밤낮으로 계속됐으며, 급기야는 우측 가슴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면서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도 악화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기침이 계속되는 동안 가까운 병원에서 흉부 X-선 검사는 물론이고, 한의원에서조차 시도해 보지 않은 기침약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여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끝에 계속된 기침으로 우측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통증과 호흡곤란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병원에 입원해 통증을 조절하면서 검사한 결과 최종적으로 '기침형 천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천식 치료를 받고서야 비로소 기침이 호전됐고, 현재는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

여씨가 고통받았던 기침은 일생에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대부분은 감기에 걸렸을 때 발생한다.

그러나 저절로 회복되는 감기 기침과 달리 3주 이상, 심지어 수십년 동안 계속하는 만성 기침도 있다. 만성 기침이 심해지면 토하거나, 여씨처럼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또 말만 하면 기침이 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나 온도의 변화만으로도 심한 기침이 유발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도 만성 기침의 유형이다.

이런 만성 기침 증상이 있으면 정상적으로 일상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문제는 이처럼 장기간 지속하는 만성 기침은 다른 원인 질환이 숨어 있어 이를 찾아 치료하지 않고서는 일반적인 기침약만으로 치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성 기침의 숨은 원인 질환으로는 '기침형 천식'과 코가 목 뒤로 넘어가면서 기침을 일으키는 '후비루 증후군'이 가장 흔하다. 각각 만성 기침의 원인 중 40% 정도씩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위식도역류, 기관지확장증, 만성기관지염, 결핵, 폐암 등이 만성 기침을 일으키기도 하며, 혈압약으로 쓰이는 캡토프릴, 에날라프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약 10% 정도에서 기침이 발생할 수 있다. 백일해 기침도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100일 정도나 오래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천식 증상은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호흡음이 들리면서 기침이 동반되는데, 기침형 천식 환자는 다른 증상 없이 기침만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기침은 연달아서 5회 이상 계속되며, 심한 경우 소변을 지리거나 구토 증상까지 일으킨다.

기관지가 매우 예민해서 찬 공기나 담배 연기 등에 노출되면 기침이 심하게 나고 감기에 걸리면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가래는 많지 않은 편이다.

후비루 증후군은 코가 목 뒤로 넘어가면서 기침을 일으키는데 알레르기성 비염, 축농증 등이 원인이다. 대부분 환자가 목 뒤로 무언가 넘어가는 증상과 함께 목 안에 무엇이 있는 듯한 느낌, 코가 막히는 증상 등을 호소한다.

조상헌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실제로 많은 환자가 기침 때문에 병원을 찾았는데 코를 검진하는 데 대해 의아해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만성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이 코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침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위식도 역류는 종종 기침형 천식과 함께 나타난다. 기관지확장증은 기관지 벽이 망가져서 기관지가 확장돼 가래가 고이고 여기에 이차적으로 세균이 감염되면 만성 기침과 함께 하루 한 컵 이상의 누런 가래가 나온다.

만성기관지염은 2년 이상 연속적으로 3개월 넘게 가래와 기침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질환은 만성 기침의 원인으로 후비루 증후군, 천식, 기관지확장증 등이 배제된 경우에 진단이 가능하다. 주로 흡연자에게 발생이 많다.

만성 기침의 치료는 크게 원인 질환을 진단하고 이를 치료하는 원인 치료법과 원인과 관계없이 기침을 억제하는 대증 치료법이 있다. 그러나 만성 기침의 원인 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대증 치료법만으로는 효과가 없는 만큼 정확한 원인 진단과 이에 대한 원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즉 천식이 원인인 환자는 천식 치료를 해야 기침이 없어지고, 축농증 때문에 생긴 후비루증후군은 축농증을 치료해야 기침이 조절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상헌 교수는 "만성 기침의 첫 번째 예방수칙은 금연"이라며 "담배 자체가 만성기관지염을 일으켜서 만성 기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기침형 천식과 같은 질환을 악화시켜 기침을 더 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둘째로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걸리더라도 잘 치료를 받아서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주의해야 한다"며 "셋째로는 만성 기침을 일으킬 수 있는 천식이나 비염 등의 질환들을 잘 치료하고 관리함으로써 만성 기침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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