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 경쟁 속 미분양 용지 떠안아 재정 부담

(동양일보) 기업유치 경쟁 속에 우후죽순처럼 조성된 충북지역 산업단지 중 일부가 장기 미분양되면서 지자체의 재정을 압박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영동군은 이달부터 미분양 산업단지를 팔아주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0.9%의 법정 중개수수료를 주기로 했다.

미분양이 장기화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자 민간 부동산업계에 지원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군은 수수료로 지급할 45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 돈이면 분양액 기준 50억원에 해당하는 중개 수수료를 줄 수 있다.

군의 고민은 조성 5년이 넘도록 분양률 50%대에 머물고 있는 황간물류단지 때문이다.

2011년 민·관 공동투자로 개발한 이 물류단지는 준공 후 미분양 용지의 80%를 군에서 떠안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일찌감치 미분양을 우려한 민간업체가 사업에 참여하면서 '안전장치'를 끼워넣은 것이다. 곱씹어보면 이 물류단지는 민간사업자가 꺼릴 정도로 사업성이 떨어졌던 셈이다.

그런데도 영동군은 의욕을 앞세웠다. 미분양 용지 80%를 사들이는 '파격적 조건'으로 민간업체를 끌어들여 공사를 강행했다.

성공만하면 이보다 더 좋은 치적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과욕을 부린 것이다.

영동군은 결국 작년 12월 미분양 용지 8만4380㎡를 개발업체로부터 사들였다. 매입 대금만 75억원이 들었다.

문제는 이 땅이 장기 미분양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군은 땅을 사들이고 여태껏 화장품 회사 1곳에 8700㎡를 분양한 게 고작이다.

결국 매입 자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재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분양을 시작한 영동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전체 산업용지 61만1천982㎡ 중 지금까지 팔린 땅은 3만4천㎡로, 분양률이 5.4%다.

다급해진 영동군은 지난해 주요 기업 1200여곳에 군수 명의의 투자 제안서를 보내 "모든 인허가를 대신해주고, 세금 등도 깎아 주겠다"고 제안했다.

기업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분양 대금을 10년간 분할 납부하는 제도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군 관계자는 "파격적인 제안에도 선뜻 투자하려는 기업이 없어 걱정"이라며 "부동산 중개수수료 지원과 더불어 공장 건축 설계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단지가 팔리지 않아 고민하는 곳은 비단 영동군만이 아니다.

기업유치 경쟁 속에 우후죽순처럼 조성된 산업단지 중 일부가 장기 미분양되면서 지자체의 재정을 압박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괴산 대제산업단지(85만9000㎡) 분양률은 25.7%다. 6곳의 기업이 분양계약 했고, 이 중 2곳이 공장을 지었다.

괴산군은 미분양에 대비해 지난해 '기업 및 투자유치 촉진조례'를 개정, 시민에게 기업 유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이 산업단지에 기업을 끌어오면 50억원까지는 분양대금의 3%, 그 이상이면 2%를 주겠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에 포상금을 줄 1억5000만원도 확보해둔 상태다.

군은 또 3만3000㎡ 이상을 한꺼번에 계약하는 기업한테는 분양대금을 3.3㎡당 4만원씩 깎아주는 할인제도를 마련, 미분양 해소에 나서고 있다.

옥천군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1년 조성한 의료기기 농공단지(14만4845㎡)와 2년 뒤 닦은 청산산업단지(25만5000㎡) 분양률이 80%대에 머물면서 장기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들 공단은 2013년 국토교통부의 '신발전 투자촉진지구'로 지정돼 100억원 투자기업에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등을 면제 또는 감면해주는 데도 분양이 좀처럼 더디다.

군은 기업의 투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분양대금을 연리 3.5%,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하도록 해주고 있다. 6월부터는 이자율을 2.5%로 낮춰 투자여건을 더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제2의료기기밸리에 개발에 앞서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여러가지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기업 유치에 기여한 시민한테는 최고 500만원의 포상금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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