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자(수필가)

▲ 임경자(수필가)

화창한 봄 날씨다. 창문을 열어젖히고 심호흡을 해 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아파트 앞 놀이터의 벤치에 할머니 몇 분이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린이들이 뛰어놀며 큰 웃음소리로 꽉 차야 할 장소다. 그 놀이터에 어린이들이 떠들며 뛰노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웃음소리 또한 사라져버린 현실이다.
농경사회 때만 해도 형편이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조부모와 부모 슬하에 여러 형제들로 구성 된 대가족이 함께 살았다. 그때 어른들은 “저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 ’고 하여 생기는 대로 출산했다. 그래서 보통 7~8남매의 형제자매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 부딪히며 깊은 정을 쌓고 보듬으며 지냈다. 그렇게 여러 형제들끼리 자라난 세대들은 어른을 공경하고, 친구를 사랑하며, 누구나 따뜻한 정과 남을 배려해 주는 곱고 달콤한 심성을 지니고 자라났다. 예의를 지키고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위해주는 아름다운 마음씨로 세상을 살았다.
해마다 초등학교의 학급은 학생 수가 줄어 빈 교실이 늘어가고 있다. 한 때 읍 소재지의 초등학교에는 전교생이 2천명이 넘었던 때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2백 명도 안 되는 소규모 학교가 되었다. 면소재지의 초등학교만 남아 있고 그 외의 학교는 폐교 된 지가 벌써 오래다. 참으로 비참한 현실이다. 얼마 전에 언론매체에 전국적으로 폐교해야 할 학교 수를 발표하는 것을 보았다. 전교생이 50명도 안 되는 농산어촌 학교가 허다하다. 이 소규모 학교는 경제논리로 보면 폐교시켜야 마땅하다. 그러나 폐교만이 능사가 아니라 생각한다. 학교가 없는 농산어촌 지역에 어느 누가 가서 살겠는가. 젊은이들이 가서 살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들리고 뛰어노는 모습과 웃음소리로 가득 찬 학교를 만들어야만 하겠다.
산업화의 물결이 일렁이면서 저출산의 밀물이 들이 닥쳤다. 정부에서는 인구문제에 대한 대책도 세우지 않고 막무가내로 출산억제정책을 폈다. 예비군 훈련을 하러 간 남자들에게는 정관수술을 시키는가하면 부녀자들에게는 복강경을 하도록 권장했다. 그런데 그 결과 30년도 안가서 사회문제가 되었다. 저출산의 원인은 어느 일면의 문제라기보다는 복합적이라 생각된다. 여성의 고학력화로 인한 가치관 변화, 양육비 부담 가중, 만혼, 독신 증가, 고용의 불안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젊은이들은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자식 등을 포기한다고 한다. 그래서 3포 세대, 5포 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이 시대의 청년들이 소망을 포기하는 시대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저출산으로 인구감소 현상이 나타나더니 지금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초저출산국가라는 말로 꼬리표를 달았으니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이렇게 무모할 수 있을까. 한심하다. 이 시대의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한 젊은 세대들이 그 소망을 포기하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마음껏 발휘했으면 좋겠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다자녀 출산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미래를 위해 국민 누구나 관심을 갖고 노력할 일이다. 머지않은 날 우렁찬 아가들의 아름다운 울음소리가 듣고 싶다. 그래서 젊은 혈기가 활기차게 발전되어 웃음꽃이 활짝 피는 사회를 이루어 나갈 일이다. 그래야만 우리 모두가 보다 나은 삶을 지닐 수 있고 행복한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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